코엑스, 대규모 전국행사 강행 '방역 빨간불'
서울시·농림부 후원 '코엑스 푸드위크'
'4㎡당 1명' 방역수칙 지켜질지 미지수
경기도 주최 킨텍스 경기푸드쇼도 우려
정부가 수도권과 일부 지자체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발령했지만 여전히 수천명이 밀집하는 대규모 전시행사가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사 주최측은 정부 방역방침을 준수해 행사를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대규모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엑스는 오는 25일부터 4일간 전시장 A·B1홀에서 '2020 코엑스 푸드위크(제15회 서울국세식품산업전)'를 연다. 400개 업체, 700개 부스가 설치되는 대규모 행사다. 코엑스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가 후원하는 행사로, 음식 시식과 요리쇼 등이 열리는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행사면적만 1만3600㎡ 규모다.
일반적으로는 2단계에는 1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열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 예외규정에 따라 전시·박람회는 4㎡당 1명이 참여 가능하며, 100명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번 행사의 경우 한 실내공간에 3400명이 동시 입장하는 행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코엑스 관계자는 "전시·박람회는 기업의 필수 경영활동으로 간주돼 100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2.5단계에서도 전시회 정상개최가 가능하다"며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해 안전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최측은 이 3400명이라는 숫자에 부스 운영자 등 전시회 관계자들은 넣지 않았다. 단순히 동일시간대 방문객 숫자만을 3400명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 설치된 부스만 700개다. 한 부스에 3~4명씩만 배치돼 있어도 2100~2800명 정도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된다. 이 숫자면 이미 참여 가능인원과 맞먹는다. 실제 행사 관계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관람객까지 더하면 한 공간에 5000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머무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코엑스에서는 행사 마지막날인 28일의 경우 푸드위크 행사 외에도 프랜차이즈 박람회와 웨딩 박람회가 함께 열린다. 이들 박람회 역시 수천㎡ 면적을 사용하는 대규모 행사다.
특히 이 행사는 서울시가 강화된 2단계, 이른바 '1000만 시민 잠시멈춤'을 선언한 직후 열리는 행사여서 더 큰 논란거리다. 행사를 후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는 코엑스 주최 행사라며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장 감독을 철저희 하겠다"고 말했다.
주최측의 행사 강행 방침에 참여업체 종사자 등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행사 참여업체 관계자는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아 직원들도 불안해하는데 주최측이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쉽사리 참여를 포기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자체 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때문이다. 대구에서 이 행사에 참여하는 한 업체 대표는 "300만원 정도 되는 부스설치비를 대구시에서 지원받았는데, 시로부터 불참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정부나 서울시가 행사를 못하도록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해했다.
같은 시기 킨텍스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린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다음달 2일부터 4일간 '2020 경기식품전'이 열린다. 이 행사 역시 코엑스 푸드위크와 비슷하게 농축수산식품 디저트 음료 전통식품 등을 전시·판매한다. 이 행사도 수천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특히 이 행사는 민간 주최 행사가 아니라 경기도가 주최하는 행사다. 경기도 관계자는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