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중 도주, 허위 진단서 … 방역에 찬물
방역지침 위반행위 잇따라
지침 어기면 '백약이 무효'
법원 "국민적 노력 도외시"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으려는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방역지침 위반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송 중이던 확진자가 택시를 타고 도주하는가 하면,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음성이라며 환자를 퇴원시켜 감염이 확산되기도 했다.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어기고 몰래 대면예배를 봤다가 확진된 교인 등 종교시설의 위반행위도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법원도 최근 국가적, 국민적 확산방지 노력을 도외시했다며 엄중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
22일 충북 괴산군에 따르면 군은 괴산성모병원 재단 이사장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관련법에는 코로나19(1급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관할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야 하는데 해당 병원은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고도 4시간이 지나서야 보건소에 신고했다. 또 입원 환자들의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음성'이라고 허위 기재해 협력병원인 소망·현대병원으로 이송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병원에선 현재까지 3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괴산군은 병원측의 위법행위로 방역 시점을 놓쳤다고 보고 있다.
충북 음성군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치료시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도주한 A씨(58)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A씨는 최근 37명이 집단확진된 음성군 소재 소망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지난 18일 감염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이틀 뒤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된 직후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가 2시간 만에 청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청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횡설수설해 이를 이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에 의해 경찰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그와 접촉한 택시기사와 경찰 7명이 검체검사를 받았다.
교회와 교인들의 방역지침 위반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는 22일 역학조사에 혼선을 초래한 B교회 교인 5명을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5명은 지난 11~13일 해당 교회를 방문해 교인들을 만났으나 지난 15·16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뒤 역학조사에서 교회방문 사실을 숨겨 역학조사에 혼선을 초래했다. 광명시는 또 지난 20일 교회 현장점검에서 수도권 종교시설 방역지침을 위반한 교회 2곳에 대해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 남양주시도 퇴계원 소재 C교회를 고발조치했다. 해당 교회는 지난 2·3일 교회 관계자 2명이 확진된 이후 4일부터 2주간 집합금지행정명령 처분을 받았으나 지난 13일 대면예배를 보는 등 행정명령을 위반했다.
충북 제천시도 이날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한 4개 교회를 감염병예방법 위반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교회는 제천지역에서 교회발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의 행정명령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진행하다 적발됐다.
법원도 방역지침 위반행위자에 대해 엄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지난 21일 해외입국 후 받은 자가격리 명령을 2차례 위반한 D씨(31)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하던 중 1분 동안 산택을 하려고 격리장소를 이탈한 E씨에게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세기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적·국민적 노력을 도외시했다"고 판결사유를 밝혔다. 방역당국 관계자들은 "5인 이상 모임 제한 등 방역지침을 아무리 강화해도 이를 어기면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