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세밑까지 코로나19 사투
미국 하루사망 3700명 넘어 … 영국 하루 확진자만 5만명대
지구촌 곳곳에서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와의 사투가 세밑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년내내 이어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북반구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다시 급증하는 재유행 양상을 띠고 있다. 31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는 8200만명이 넘었고, 사망자 숫자도 180만명이 넘었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까지 빠른 속도로 급증해 지구촌 전체는 다시 초긴장 상태다. 사정이 가장 나쁜 곳은 미국이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3725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 16일의 3682명을 뛰어넘은 것이다.
존스홉킨스대는 이날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1953만여명, 누적 사망자 수를 33만8000여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또 코로나19 추적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 역시 12만4686명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후 최고치에 달했다.
주별로는 텍사스주에서 입원 환자가 1만1700명을 넘기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도 입원 환자가 7200명에 근접하며 새 기록을 썼다. LA카운티에서는 환자 급증으로 일부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공급할 산소가 바닥났다.
전염병 학자인 로버트 킴-팔리 박사는 "나는 이제 우리가 급등의 파도(단계)를 넘어섰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은 바이러스의 쓰나미(지진해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말을 거치며 15만∼16만명대로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도 29일 20만1555명으로 다시 20만명을 넘었다.
보건 전문가들은 내년 1월이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연휴철을 거치며 여행객이 급증하고 가족·친지와의 모임이 늘어난 여파가 가시화한다는 것이다.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성탄절 연휴 다음인 28일에도 110만명 이상이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조지워싱턴대학 조너선 라이너 박사는 "앞으로 2∼3개월은 끔찍할 것"이라며 "아마도 2월에 접어들 때까지 하루에 3000명, 어쩌면 그 이상이 숨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변이에 의한 확산세가 갈수록 증가세다.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틀 연속 5만명대를 기록했다.
영국 정부는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2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팬데믹 이후 일일 기준 최다를 기록한 전날(5만3135명)에 이어 이틀째 5만명대를 나타냈다. 누적 확진자는 243만2888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신규 사망자 981명이 추가되면서 누적 사망자는 7만2548명에 달했다. 일일 사망자 규모는 코로나19 1차 확산 정점 당시인 지난 4월 이후 최대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영국 정부는 이날 지역별 대응 단계를 대폭 격상했다. 영국은 코로나19 감염률 등 여러 지표를 감안해 지역별로 가장 낮은 1단계부터 가장 높은 4단계까지 나눠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있다.
맷 행콕 보건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 미들랜즈와 북동 잉글랜드, 북서 잉글랜드 일부, 남서 잉글랜드 일부를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로 2000만명이 추가되면서 잉글랜드 전체 인구의 78%인 4400만명이 4단계 제한 조치를 적용받게 됐다. 4단계에서는 비필수 업종 가게, 뷰티 살롱, 미용실 등도 영업이 금지된다. 공공 야외장소라도 같은 가구 구성원이나, 다른 가구 구성원 중 1명과만 만날 수 있다.
리버풀과 북 요크셔 등 기존 2단계 지역도 오는 31일부터 3단계로 전환된다. 3단계에서는 펍과 식당 등의 영업이 금지되고 배달 및 포장만 허용된다.
다른 가구와 실내 만남은 허용되지 않으며, 공원 등 야외 공공장소에서만 6명까지 만날 수 있다. 일반 가게와 체육관, 미용실 등도 문을 열 수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대응이 갈수록 강화되는 것은 기존 대비 전파력이 최대 70% 강한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현재 영국 코로나19 확진자 중 60%는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 방송에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불행히도 우리는 새로운 변이에 대해서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행콕 장관은 "3단계 및 4단계 조치가 적용되는 곳의 주민들은 물론 기업에 매우 부담이 되리라는 것을 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확진자 수를 보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도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31일 현지 공영방송 NHK 집계에 따르면 전날 일본 전역에서 새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3852명이다. 하루 확진자로는 지난 26일 388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3만1946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는 59명 늘어 3456명이 됐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책 주무장관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은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대로 감염 확산이 계속되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긴급사태 선언도 시야에 들어온다. 어떻게든 감염을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연말연시를 가족과만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4~5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외출 자제와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긴급사태를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