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밝힌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원인
"구금시설 한계·선제적 방역 조치 미흡"
이용구 차관 "무증상 감염가능성 예측 못해"
모든 교정시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법무부가 구금시설의 한계와 선제적인 방역 조치의 미흡 등을 서울동부구치소의 집단감염 원인으로 분석했다. 또 무증상 감염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앞으로 2주간 모든 교정시설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전국 교정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집단감염 확산세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방역 실패 사과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12월 31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본관 3층 합동브리핑실에서 e브리핑을 갖고 서울동부구치소 등 교정시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과 원인, 향후 조치 계획 등을 밝혔다.
이용구 차관은 이날 "서울동부구치소 확진자 집단 발생 원인에 대해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유입경로는 직원을 통한 유입과 무증상 신입 수용자를 통한 유입 가능성 모두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역학 조사 결과 시설 내 확산 원인은 고층빌딩 형태의 건물 5개 동과 각 층이 연결되어 있는 시설 구조와 취약한 환기 설비, 비좁은 공간에 다수의 수용자가 밀집하여 생활하는 수용환경, 그리고 3차 대유행 후 무증상자에 의한 감염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한 점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감염에 취약한 교정시설 내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구금시설이 갖고 있는 한계와 선제적인 방역 조치의 미흡으로 이번 서울동부구치소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법무부가 처음으로 사실상 방역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변호인 접견 제한적 실시 = 이와 관련 법무부는 모든 교정시설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이 차관은 "오늘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2주간 모든 교정시설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이 기간 동안 접견·작업·교육 등 수용자 처우를 전면 제한해 수용자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변호인 접견도 제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직원들은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며, 외부활동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교정시설과 지역사회 내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해 확진자에 대한 치료를 강화하고, 서울동부구치소의 수용밀도를 낮추기 위해 추가 이송을 검토하고 있다. 또 노역수형자와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는 기저질환자, 모범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무증상자에 의한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 직원 및 수용자에 대한 신속항원 검사를 실시해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감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효과는 미지수 = 법무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등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코로나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정된 수용자가 다른 교정시설로 이송된 뒤 17명이나 확진자로 판정났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교정시설에도 확진자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12월 19일과 30일 두차례에 걸쳐 비확진 수용자 301명을 서울남부교도소(85명)와 여주교도소(30명), 강원북부교도소(186명)로 이송했다. 이들 중 서울남부교도소에서 16명, 강원북부교도소에서 1명이 코로나 확진자로 판정된 바 있다.
이용구 차관은 "더 이상의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정시설 내 방역과 점검을 강화하고, 현 상황이 신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