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중국발 사이비종교'

2021-04-06 11:32:57 게재

종말론 내세워 신도 복종 강요 … 종교 자유 보장되는 한국으로 진출

문체부 코로나 확산 방지 위해 '주시'

중국에서 사이비종교로 판정받은 종말론자들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발 신흥종교인 ‘전능신교’는 종말론과 난민법을 악용한다. 최근 국내침투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전능신교에 빠진 딸을 찾는 중국인 아버지의 신문광고. 사진 제주일보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많은 신도들이 종말론에 현혹되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한번 빠져들면 가족관계를 단절하고 이혼 가출이나 이탈자를 살해하는 일까지 벌어져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중국인 진 모씨가 한국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긴 딸 양양을 찾는다는 광고가 제주 한 일간지에 실렸다. 중국에서 체조코치로 활동하던 양양씨는 6년 전 한국으로 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진씨는 “한국에 간 뒤 5년 동안 연락이 없다”며 “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진씨가 수소문한 결과 양양씨가 전능신교에 빠졌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전능신교는 중국 이단교회 호함파 출신의 자오웨이샨(趙維山)이 1989년 창시한 사이비종교다. 야오웨이샨은 성경 예레미야서를 왜곡해 자신의 두번째 부인인 양샹빈(楊向彬)을 성육신(成肉身), 동방에서 나타난 번개, 전능신(全能神)으로 내세웠다.

진용식 협회장은 “마태복음 242장 27절을 임의로 해석해 중국 여성의 몸으로 재림주가 동쪽(중국)에 왔다고 해서 동방번개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방번개는 이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서울 구로구 소재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 출처 유튜브영상


◆중국 당국 전능신교 사이비종교(邪敎)로 판정 = 전능신교 신도는 중국에만 500만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권에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근거지를 마련했고 미국과 캐나다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정확한 신도수는 파악되지 않는다.

이들은 여성의 몸으로 부활한 여자 그리스도인 양샹빈을 믿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며 신도들을 모집한다. 이들은 종말론을 주장하며 신도들의 복종을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을 따르지 않으면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4년 5월 중국 산둥성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30대 초반 여성이 집단폭행을 당해 사망한 사건도 중국 공안 조사결과 이들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중국 공안은 “남녀 5명이 전능신교 포교를 위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피해 여성을 악마라 부르며 집단폭행해 사망케 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전능신교를 사이비종교(邪敎) 조직으로 판정하고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현재 미국에서 생활하는 자오웨이샨은 중국 출신 해외 신도들을 대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능신교 피해 사례는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강 모씨(대구)는 “딸이 2017년 중국에 1년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후 종말론에 빠져 그릇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기독교 신자였던 60대 가장이 성경 질문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전능신교에 빠진 사례도 있었다. 손 모씨(부산)는 “아들이 2018년 네덜란드 유학 시절 인터넷으로 동방번개와 접촉한 후 전능신교에 빠져 학업을 그만뒀다”며 한숨을 쉬었다.

진용식 협회장은 “피해 가족들의 상담 내용들인데 국내에도 전능신교가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능신교 피해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능신교가 한국난민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 유튜브영상


◆중국동포 밀집지역에서 비공개로 신도 모집 = 전능신교는 2011년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산과 수원에 잠입해 비공개적으로 신도들을 모집했다. 진용식 협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한 동안 한국 주요 일간지에 600여회 전면광고를 싣고 포교활동을 했다. 진 협회장은 “수백억원대 막대한 언론홍보비 출처가 베일에 가려 있다”고 말했다.

전능신교는 본격 포교를 위해 서울 구로동에 5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한국본부까지 설립했다. 정윤석 한국교회이단정보리소스센터장은 “서울 구로동에 포교 집회 장소를 마련하고 신도를 모은 뒤, 강원도와 충청도의 유스호스텔 같은 위락시설을 매입해 집단합숙소로 쓰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용식 협회장은 국내 전능신교 신도는 현재 2000여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사이비종교로 판정 받은 전능신교 신도들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수가 2013년 1574명에서 2019년에는 1만5452명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난민 신청을 하면 6개월간 한국 체류자격이 생기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게다가 난민 신청에서 패소해도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4~5년이나 걸린다. 이 기간 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다.

국내 깊숙이 침투해 있는 전능신교는 우리 사회에도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팬데믹의 시대, 전능신교는 종말론을 내세워 공포심을 조장하며 빈곤한 영혼을 파고든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전능신교가 한국에서 확산된다면 신천지 사태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취재를 위해 전능신교 홈페이지에 등록된 대표전화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