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재개된 대면 정상외교, 상승한 한국 위상 실감

2021-06-18 11:06:41 게재

문 대통령, 6박8일 순방 마무리

G7 정상과 글로벌 현안 논의

오스트리아·스페인 관계 격상

더 멀어진 일본, 중국견제 부담

문재인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오스트리아·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이번 순방기간 문 대통령은 G7 정상들과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 극복,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스트리아, 스페인 정상과 우호를 다지며 실질 협력 관계를 강화한 것도 주요 성과다. 하지만 G7 정상회담에서 관심을 모았던 한미일,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악화된 한일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초청국 자격이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참가한 G7에서 중국견제를 본격화한 것도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우리에게는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군1호기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영국 G7 정상회의와 오스트리아, 스페인 국빈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8일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문 대통령은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가해 코로나 극복과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개했다. 보건을 주제로 한 확대회의 1세션에선 코로나 종식을 위해 올해와 내년 각각 1억 달러씩, 2억 달러의 현금이나 현물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열린사회와 경제'를 주제로 한 2세션에선 열린사회의 기반인 자유무역질서의 원활한 작동을 강조하면서 인종차별, 혐오범죄와 같은 열린사회 내부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3세션에선 주최국인 영국의 요청에 따라 선도발언자로 나서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 공적 지원 중단 공약을 재확인하고 P4G 서울 정상회의 결과를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또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영국, 호주, 독일, 유럽연합, 프랑스 정상들과도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간 협력 확대 방안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상회담 기간 중 코로나 백신 생산과 공평한 분배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서의 입지 다지는 데 주력했다.

G7 정상회의에 이어 오스트리아를 찾은 문 대통령은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쿠르츠 총리는 한-오스트리아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특히 5G, 수소에너지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스페인에서도 펠리페 6세 국왕,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차원 높이기로 했다. 특히 친환경 디지털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제3국 시장 공동진출도 넓혀가기로 했다. 스페인이 해외건설 수주액 2위의 건설 강국인만큼 신설 인프라 분야에서 우리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성과에도 G7 정상회의 기간 중 한일 또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사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초 한미일 정상들이 한 장소에 모이는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강조해온 만큼 G7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의 회담이 열려 한일관계 진전 계기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한일 정상의 만남은 가벼운 인사에 그쳤고, 회담 무산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한일관계는 오히려 더 멀어진 분위기다.

G7 정상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가 본격화되고 이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것도 우리 정부로선 부담스럽다. 우리나라가 '반중국 블록'에 묶이는 인상을 주게 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들이 악영향을 받는 등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순방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눈으로 우리나라의 위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G7 정상회의에 두차례 연이어 초청된 것이나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이 코로나 이후 국빈으로 우리를 초청한 것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 규칙을 받아들이는 위치에서 규칙을 만드는데 동참하는 위치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한일 정상간 만남에 열린 자세로 임해왔지만 이번 G7 정상회의 현장에서 인사는 나눈 것 외에 회동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우리 정부는 앞으로 한일관계 개선과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일본측과 대화협의를 지속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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