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 주치의제 앞장서는 정가정의원

"친절하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의사"

2021-06-18 11:30:53 게재

생후 한달 무렵 진료실에서 만난 아기가 대학생이 됐다. 초등학생 때 봤던 환자가 결혼을 해 자녀를 데리고 오는가 하면, 중년이던 환자는 어느새 노년을 맞았다. 진료를 받으러 온 아내가 남편의 음주 문제를 상담하며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2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정가정의원의 모습이다.

서울 동대문 정가정의원 정명관 원장이 환자에게 진료 설명 중이다. 사진 이의종


정가정의원은 다양한 질환을 가진 단골환자가 많이 찾는다. 정명관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우리 같은 동네의원을 찾는 대다수 환자는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 통증환자, 호흡기·소화기계 급성환자, 감기몸살 환자들"이라면서 "일차의료기관은 개인, 나아가 한 가정 구성원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주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가정의원의 진료 풍경은 조금 특별하다. 얼마 전부터 거동이 불편해 진료받으러 오기 힘든 환자를 직접 방문해 진료하는 왕진도 시작했다. 환자와 가족의 만족도가 높은 건 물론,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에 정 원장의 기쁨도 크다.

정 원장은 "주치의제도라는 개념조차 없는 환자가 '나는 몸에 이상이 있으면 무조건 여기부터 찾는다. 알아서 조치해주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할 때 일차의료기관의 의료인으로 보람을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정 원장은 일차의료연구회에 참여해 다른 나라의 제도를 공부하고 우리나라에 적합한 주치의제 도입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에는 시민과 의사들의 궁금증을 담아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라는 책도 펴냈다.

주치의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정 원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의료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길잡이를 만날 수 있고, 의사는 의료상품 판매가 아니라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과잉의료와 미충족 의료를 줄이고 적절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치의제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진료시간도 짧아 일시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관리 측면을 고려하기보다는 일단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급급하다.

정 원장은 "주치의제를 도입하려면 의료비 구조 개편을 비롯해 일차의료기관 인력 확충과 각 과별 전문의 인력구조 조정 등 의료인력 양성 체계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의료소비자 의료공급자 정부가 힘을 모아 주치의제 도입과 정착을 위한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한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환자들과 인연을 맺으며 지내다 보니, 마치 한 가족처럼 함께 인생을 사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환자가 제일 먼저 찾는 의원, 환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의원,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 신뢰하고 인간적으로 교감하는 의원, 환자의 의료 문제를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하는 주치의 의원의 모습을 지켜갈 겁니다.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관련기사]
[온 국민에게 주치의를] 국민 개인 건강관리는 주치의에게 맡겨야
[인터뷰 |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의료소비자가 신뢰하는 주치의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