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임직원 책임강화 방안' 연구 나선 금융감독원

2021-07-02 11:07:59 게재

영국·호주 감독당국 초청 비대면 세미나 … 주요국, 금융사 고위직 적격성 평가

해외 주요국들이 금융회사 임직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관련 연구에 돌입했다.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살펴보는 차원이다.

1일 금감원은 "이달 21일 금융회사 임직원의 책임성 강화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영국·호주 감독당국의 담당자를 초청해 양국의 제도를 소개하는 브라운백 비대면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내부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당국은 다수 소비자 피해와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한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심층조사를 실시했고 영국과 호주, 싱가폴과 홍콩 등은 금융회사 임직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감독제도를 신규 도입하거나 이미 도입된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발의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통해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제재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대표이사 및 대표 집행임원의 자격요건으로 금융전문성과 공정성, 도덕성과 직무전념성 등 적극적 자격요건을 법률상 의무화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회사의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같은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주요 20개국(G20)이 참여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18년 기업문화 조사·연구결과를 통해 불건전한 기업문화를 건전하게 바꾸기 위한 핵심과제로 △개인책임성 강화 △성과보상체계 개선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 지배구조 구축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영국, 고위임원 책임제도와 인증제도 운영 = 금융회사 임직원 책임성 강화의 대표적 사례는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위임원 책임제도와 인증제도다. 영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국회가 금융회사 임직원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금융서비스 및 시장법'을 개정했다.

영국 금융당국은 고위임원 책임제도와 인증제도를 은행과 보험에 이어 2019년 12월 모든 금융기관에 적용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핵심업무를 담당하는 고위 경영진의 신규 선임 또는 책임범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 고위 경영진별 핵심업무와 책임범위를 기술한 보고서를 감독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이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고위 경영진 사전 승인과 법규 위반시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있다.

또한 금융기관과 소비자에게 중대 피해를 야기할 위험이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금융기관은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적격성 평가를 실시하는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위 경영진과 사업부의 주무역할을 수행하는 임직원이 대상이다. 대상자를 외부에서 선임할 경우 평판조회를 거치고 내부에서 선임하더라도 적격성 평가와 감독당국의 사전 승인, 전과 기록 조회 등이 이뤄진다.

이와함께 금융기관은 금융당국의 행동규범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자체 임직원 행동규범을 마련해 운영하면서 교육을 해야 한다. 행동규범은 적용대상이 전제 직원과 고위경영진 등 두 단계로 구분돼 있다.

◆호주, 최소 4년 이상 성과보상 이연 = 호주 금융당국은 2015년부터 금융기관의 지배구조와 보수체계 및 책임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책임성 강화방안은 예금수취기관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했으며 올해 금융권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금융기관과 고위 임직원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행위규범 준수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감독당국에 고위 임직원 변동사항 등에 대한 등록 및 통지 의무를 부담한다. 등록시 고위 임직원별 책임범위가 기재된 책임성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퇴직과 보직 변경, 적격성 평가 등으로 고위 임직원 변동시에도 감독당국에 해당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단기 실적달성을 위해 벌어질 수 있는 무리한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 최소 4년 이상 성과보상의 일정부분을 이연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금융기관은 성과보상 이연지급시 고위 임직원의 책임성 의무 충족여부에 따른 삭감 지급 등을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금융기관 또는 고위 임직원이 책임성 준수와 등록 및 통지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해당 임직원의 해임요구, 금융기관에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과징금은 최대 2억1000만달러(호주달러, 한화 약 1780억원)까지 부과가 가능하다.

영국·호주와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는 곳은 싱가폴과 홍콩이다. 싱가폴은 '개인 책임성 및 행위제도'를 두고 있으며 홍콩은 '책임관리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폴은 금융기관의 경영체제 관련 내부 정책·제도, 문서, 경영진의 이해도 등을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있다.

홍콩은 금융기관 경영진을 이사, 책임임원, 책임관리자로 세분화했고 일반 책임관리자보다 권한 및 책임범위가 더욱 큰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임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강화했다. 책임임원 선임시 감독당국의 사전 승인 및 선임 이후 상시 적격성 평가를 받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책임성 강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금감원도 해외 감독당국 담당자를 통해 관련 방안들을 공부해보자는 차원에서 세미나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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