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라떼 낙동강
환경부 낙동강 녹조대책 10년 동안 '제자리걸음'
"먹는물 문제없다" "모니터링 강화" "오염원 유입 저감" "국민소통 강화" … 낙동강 보 개방은 '찔끔' 수준
아직 정부는 여기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올해 4대강사업 10년째를 맞는 낙동강 8개 보 인근은 매년 여름 녹조가 창궐한다. 미국에서는 아예 '야외활동 금지' 수준인 녹조물로 수돗물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물놀이를 즐기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4대강 남세균 국민건강 위협 현황과 해결 방안' 온라인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관은 "환경부는 현재 녹조 대응을 위해 △오염원 유입 저감 △녹조 감시 및 대응체계 구축 △먹는물 안전관리 △국민소통 강화 △관련 기술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째 똑같은 수준의 대책이 되풀이되고 있다.
환경부 홈페이지 '물환경정보시스템-조류정보방'에 있는 '녹조현상은 무엇인가' 대국민 홍보 소책자는 조류(녹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조류는 질소와 인을 영양분으로 섭취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조류가 대발생한 물 속에는 질소나 인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질소와 인은 비료의 주요성분으로 조류가 발생한 물을 논·밭 용수로 사용하는 경우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소책자는 "다만 유해남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농작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용수 이송과 저류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분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식물에 흡수되기도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린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결론이다.
◆환경부 "중 하층에서 취수" 주장 = "환경부는 4대강사업 당시 데이터까지 조작해가면서 하수인 노릇을 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녹조 문제에 대해서 처음부터 과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문제가 없다' '4대강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의 말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뉴스타파 등 '낙동강·금강에서 물놀이 기준치의 최고 수백배 녹조 독성 검출' 보도에 대해 다음날 이런 설명자료를 냈다.
"정수장으로 유입되는 원수는 하천의 표층이 아닌 중·하층에서 취수된다. 취수구 앞에 조류차단막이 설치되어 있어 원수의 마이크로시스틴-LR농도는 매우 낮다."
"취수시설은 대부분 표층이 아닌 중층 이하에서 취수하는 등 표층수만으로는 전 수체의 상태를 대표할 수 없으므로 전 수체를 대표하는 경보발령 체제를 운영하기 위해 통합채수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해평(구미)과 고령(고령, 성주, 대구 달성), 칠서/본포(창원), 매리/물금(부산) 등 낙동강 유역 대규모 취수시설 상당수가 '중층 이하 취수'가 아니라 '표층수 취수' 방식이다.
경남 창원시 동읍 본포리 본포취수장. 창원시 일대 수돗물 원수 하루평균 50만4000톤을 공급하는 곳이다.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하면 취수구 앞 교량 위에서 고압호스로 물을 뿌려서 녹조를 밀어낸다.
취수구 바로 앞에는 새우양식장에서 폭기용으로 쓰는 수차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아간다. 취수구로 녹조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녹조가 심해지면 취수구 바로 앞에서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뜰채로 녹조를 걷어내기도 한다.
남지읍 칠서취수장에서 취수한 원수는 짙푸른 녹조로 뒤덮여 콜타르용액처럼 걸쭉한 상태가 된다. 이럴 때 칠서정수장에는 초비상이 걸린다. 통상적인 정수시스템에 앞서 '단파장 펄스를 이용한 녹조침전 제거시스템'을 이용해 정수장으로 유입된 녹조를 제거한다. 칠서정수장 직원들은 "최종 정수된 물에는 이상이 없다"면서도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임희자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낙동강위원장은 "정수장 수질 관리는 지자체에서 하는 일이다. 왜 환경부가 이 문제를 갖고 왈가왈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환경부가 할 일은 정수장 수질관리가 아니라 정수장으로 들어오는 낙동강 원수 수질을 좋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이후 똑같은 녹조 대책 = 이런 상황인데 지난 10년 동안 환경부 녹조대책은 사실상 변한 게 거의 없다.
2012년 1월 17일 환경부는 "낙동강 녹조 북상, 4대강 수질 거꾸로"(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최근 3년간 클로로필-a 농도는 유사한 수준으로 4대강사업 이후 부영양화가 악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다.(물환경정책과 나정균 과장)
2012년 3월 8일에는 "잇단 녹조에 낙동강 먹는물 비상"(내일신문) 보도에 "4대강공사 이전인 예년 갈수기에도 조류가 대량 발생했지만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먹는 물 공급에 전혀 차질이 없었다"고 해명했다.(대구청 수질총량관리과 안유환 과장)
2013년 8월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보 건설로 유속이 저하된 것은 녹조 증가요인"이라면서도 "낙동강 수계는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돗물을 안전하게 생산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매년 발표한 녹조 대책들도 대부분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환경부, 녹조대응 위한 과학적 모니터링 대폭 강화"(2014년)
"관계부처 협업으로 여름철 녹조발생에 체계적 대응. 고도정수처리 등 수돗물 안전에 만전"(2015년)
"한발 앞선 대응으로 올 여름 녹조 걱정 없앤다" △선제적 녹조 발생원 관리 △먹는물 안전 등 국민건강 확보 △녹조 비상대응체계 가동 △과학적 조류관리 기반제고(2016년)
"녹조 대비 전국 정수장 대응태세 일제 점검 △정수장별 준비상황 사전점검과 기술지원 △여름철 녹조 대비 안전한 수돗물 공급"(2017년)
"여름철 녹조, 국민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녹조 개선을 위한 보 수위조절 △오염물질 유입차단 △녹조 감시·대응체계 강화 △먹는물 안전 확보 △국민참여형 녹조 대응(2018년)
"여름철 녹조대응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오염물질 유입 차단 △녹조대응 강화 △먹는물 안전 관리 △현장대응 이행력 강화 △녹조 대응기술 개발·보급(2019년)
"여름철 녹조, 국민께서 안심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습니다" △오염원 유입 저감 △효율적인 녹조 감시체계 구축 △녹조 발생시 대응 △대국민 소통 강화 및 기술연구(2020년)
"여름철 녹조 맞춤형 대책 추진으로 건강한 물환경 조성" △오염원 유입 저감 △효율적인 녹조 감시체계 구축 △녹조 발생시 대응 △대국민 소통 강화 및 기술연구(2021년)
매년 구체적인 추가대책이 나와도 모자랄 판인데 2018년 이후엔 아예 녹조대책의 내용과 형식까지 거의 똑같은 수준이다.
◆낙동강 하류만 2급수 이하 상수원수 공급 = 4대강사업 전에도 한여름이 되면 기온과 지형적인 영향 때문에 낙동강 하류에는 녹조가 종종 발생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매년, 상류 상주에서 하류 창원 본포교까지 거의 전 구간,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속적으로 녹조가 발생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낙동강수계를 제외하고 국민들은 대부분 BOD 1.0ppm 내외 1급수를 상수원수로 공급받는다. △팔당호(서울/수도권) △대청호(대전/충청권) △용담호(전주/전북권) △동복·주남호(광주/전남권) 등이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환경부 수질측정망 연평균수질을 보면 낙동강수계는 △대구(BOD 2.0~1.9ppm) △창원(BOD 2.1~1.6ppm) △부산(BOD 2.0~1.7ppm)의 2급수 이하 원수로 수돗물을 만든다.
구미 아래 낙동강은 여름에는 녹조류, 겨울에는 규조류로 뒤범벅이 된다. 지금 낙동강에 필요한 것은 강을 막은 8개 보가 아니라 흐르는 강물과 풍성한 모래톱이다.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4년도 채 안 걸려서 4대강에 16개 보를 뚝딱 만들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4년 동안 낙동강 보 수문 하나 제대로 열지 못했다"며 "정권재창출을 위해 가덕도신공항을 만들고 4대강 보 철거 약속을 외면하는 문재인정부를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슬플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