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가난하다 … 자원부국의 역설
서아프리카 국가 기니 북서쪽엔 '함달라예'라는 빈민촌이 있다. 주민 700여명은 지난해 마을을 등져야 했다. 보크사이트 채굴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었다. 알루미늄 원재료인 보크사이트는 기니에서 금으로 간주된다. 풍력터빈과 전선에 들어가는 중요한 경금속이다. 함달라예 주민들은 5km 떨어진 새로운 마을에 재정착했다. 하지만 척박한 땅이라 농사를 짓기엔 부적합하다. 대신 국영 광산기업 CBG가 각 농부에 한달 94유로를 지급한다.
지난해 원래 마을을 떠나 이곳으로 이주한 사회학자 마마도우 말릭 바흐는 "마치 화성에 사는 것 같다"며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CBG는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았다.
이 지역의 광산 채굴은 50년이 넘었다. 현재도 굴착기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기니는 전세계 가장 큰 보크사이트 매장층을 갖고 있다. 기니 영토 대부분에 광산업 허가가 났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기업이 이곳에서 사업한다.
바흐는 "환경파괴는 재앙적 수준"이라며 "자연적 다양성과 식수 원천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굴착기 진동으로 옛 마을 그의 오두막이 4년 전 무너지기도 했다. 그는 "아직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곳 광산 확대를 위해 독일정부는 2016년 2억4600만유로를 투자했다. 독일 환경청이 이를 비판했지만, 경제부는 "독일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행했다. 서아프리카 농부들의 토지가 몰수되는 상황은 외면했다. 경제부 보고서에 따르면 기니 광산 확대로 독일 알루미늄 기업 AOS는 10년 넘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AOS는 독일 유일의 보크사이트 가공기업으로, 자동차업계에 알루미늄을 공급한다. 아우디의 'e-트론' 1대엔 804kg의 알루미늄이 들어간다.
슈피겔은 "서아프리카에선 보크사이트 채굴이 많은 논란을 일으키지만 이를 가공한 알루미늄을 쓰는 독일 제품들은 환경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역설이 생긴다"며 "기니와 같은 국가는 방대한 광물자원을 갖고 있지만, 국민이 그에 따른 번영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주요 광물지대는 주로 '3A'에 위치한다. 아프리카('A'frica)와 호주('A'ustralia), 안데스 산맥(the 'A'ndes)이다. 이곳은 모두 기후변화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3A지역에서 물은 극도로 희소하다. 그리고 광석을 가공처리하는 데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암석을 부수고 가는 일은 글로벌 전력 수요의 3%를 차지한다. 독일이 소비하는 전력보다 더 많다.
광산업계는 '3D업종'이다. 광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환경에 피해를 입힌다. 광산이 들어선 곳은 달의 분화구 같은 거대한 분지가 생긴다. 이곳엔 오염된 슬러지가 가득하다. 처리작업에서 나온 잔류물이 고인다. 이처럼 독성물질에 오염된 호수는 전세계 약 3만2000곳에 달한다. 2019년 1월 브라질 철광석 광산 근처에 위치한 댐이 무너져 거대한 진흙더미가 계곡으로 쏟아졌다. 인근 마을 주민 270여명이 사망했다.
과거 광산기업들은 종종 환경을 무시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주민들의 대규모 저항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과테말라 마야족은 니켈을 캐는 스위스 광산기업을 상대로 집단시위를 벌였다. 과테말라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은 약 10여곳이다. 스위스 '글렌코어'는 코발트, 미국 '앨버말'은 리튬, 브라질 '발레'는 니켈시장 1위 기업이다. 칠레 코델코와 안토파가스타는 구리시장을 지배한다. 이 기업들은 점차 환경보호의 압박을 느끼고 있다.
영국-호주 철강기업 '리오 틴토'의 CEO 야콥 스타우스홀름은 최근 런던 투자자 회의에서 "우리는 환경보호와 관련해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광물자원을 캐는 여건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칠레 광산에서 나오는 구리광석 내용물은 1/3감소해 0.7%에 그쳤다. 90년 전엔 2~3%였다. 때문에 동일한 양의 금속을 얻으려면 더 깊이, 더 많이 파야 한다. 그만큼 많은 전력과 연료, 물을 소비한다. 쉽사리 캘 수 있는 광물매장층은 모두 파헤친 상황이다. 칠레에서 근 수년 동안 새로운 광물매장층을 찾을 수 없었다. 매장층 탐사활동의 약 2% 정도만 광산 건설로 이어진다.
구리광산기업 안토파가스타의 CEO 이반 아리아가다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엄청난 인내심과 고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채굴사업 전 적합한 광맥을 찾는 데엔 평균 16년이 걸린다.
사실 금속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긴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현재 사업중이거나 계획중인 광산으로 글로벌 광물 수요를 채우기 충분치 않다. 현존 광산의 경우 리튬과 코발트에 대한 미래 수요를 절반만 맞출 수 있다.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 전기차 등에 필요한 미래 수요에 비하면, 주요 광물의 공급과 투자계획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리아가다 CEO는 "주요 광물의 미래 수요 전망에 크게 놀랐다. 청정기술의 수요가 그만큼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현재 구리 전체 수요의 1~2%에 불과하지만, 2030년엔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보물이 담긴 전기차
전기차엔 배터리 타입에 따라 150~250kg의 특수한 광물이 들어간다. 가장 비중이 큰 건 흑연과 니켈, 구리다. 그외에 망간과 리튬, 코발트가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모델을 속속 늘리고 있다. 이제 자동차 사업의 핵심경쟁은 주요 광물 확보에 달렸다.
독일차 BMW의 CEO 올리버 집세는 올해 초 고객과 주주들에게 "전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도심 공기질뿐 아니라 BMW 가치사슬에 속한 모든 기업에게도 친환경을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전기차는 환경보호 측면에선 전통의 내연기관엔진차보다 확실히 장점을 갖고 있다. IEA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20만km를 주행할 경우 약 4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배터리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집중 배출되는 전기차는 그 절반에 그친다.
전기차의 약점은, 종종 의심스러운 조건에서 채굴되는 몇몇 중요 광물을 포함해 너무 많은 자원을 쓴다는 점이다. 최근 BMW가 공개한 'iX 전기 SUV'의 배터리엔 6kg의 코발트, 10kg의 리튬, 60kg의 구리가 들어간다. 휘발유나 경유차 엔진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광물들이다. 현재 BMW의 전기차 비중은 3%다. 2030년엔 순수전기차 비중을 절반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가치사슬에 속한 모든 기업에게 친환경을 관철시키겠다'는 공언은 리튬과 코발트를 중개인 없이 직접 사업자에게 사오는 것으로 실현됐다. 협력업체에 대한 정기적 점검 또는 부정기적 암행검사로 아동노동이나 환경파괴 등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BMW 공급망·원자재 책임자인 파트릭 후데는 "광물 등 원자재가 청정 원칙을 따른다는 중개인의 약속을 믿기 어렵다. 때문에 광산 사업자들에게서 직접 리튬과 코발트를 사들이고 있다"며 "선별 과정은 엄격하다. 환경·사회적 기준에 미달한 100곳 이상의 공급업체들이 계약을 따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딜레마가 있다. 사회적, 환경적 기준에 동의하고 이를 따른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난 뒤 이를 위반했을 경우 공급업체를 탈락시킬 여유가 없다. 주요 코발트 공급업체를 신속히 교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자동차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안으로 기술적 수단을 통해 광물 사용을 줄이려는 기업이 있다. 도요타의 1세대 '미라이 수소차'는 1대당 40g의 백금이 필요했다. 최근 신차모델에선 백금의 양이 1/3 줄었다. 도요타는 2040년 백금 사용량을 5g으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같은 기술적 진보도 주요 광물 사용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다.
OPEC보다 강력한 중국
광물 등 원자재 수요의 약 50%는 중국에서 나온다. 독일 광물자원청 대표 페테르 부흐홀츠는 "20세기 중반 각종 자원에 대한 미국의 우월적 지위가 이젠 중국으로 넘어갔다"며 "현상황이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수많은 금속의 최대 공급국가다. 동시에 중국은 주요 광물 생산국들과 자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중국은 칠레와 볼리비아, 콩고 등의 국가로부터 광산채굴권과 희소자원 수입권을 사들이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 나라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다.
채굴이 아닌 가공처리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은 더 두드러진다. 중국은 26개 제련광물 중 23개를 선도한다. 희토류 관련 비중은 약 90%다. 중국은 광석에서 전기차 배터리까지 모든 단계의 가치사슬을 지배하려 한다. 중국은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능력에서 약 75%를 차지한다.
중국의 시장지배력이 점점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은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유럽연합(EU) 내부시장위원회의 티에리 브르통 위원은 "특히 희토류 공급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총제적 의존성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10년 전 갑자기 희토류 수출을 줄이면서 충격을 줬다. 희토류 가격이 치솟아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공급위기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독일은 국가 차원의 원자재 수급전략을 입안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십억달러를 투자한다. 점차 많은 국가들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경제학자 토마스 슈트라우바르는 "중국의 움직임에 우연은 없다. 중국은 냉정하게 영향력 확대 전략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각종 광물 시장을 지배하는 건 토양의 비옥함 때문은 아니다. 광물자원은 전세계에 매장돼 있다. 독일 역시 필요한 광물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 하르츠와 에르츠 등 산악지대엔 수세기 전통의 광산업이 있다. 하지만 독일 기업들은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더 저렴하기도 하고 환경피해 주범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폐기된 광산지역을 되살리는 나라도 상당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은 2018년 다시 희토류 채굴 사업을 재개했다. 스웨덴 철광석 기업인 LKAB는 탐사활동 중에 나온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할 계획이다.
일부 기업들은 심해에 매장된 광물을 캐내기 위해 연구중이다. '딥그린'과 'UK 시베드 리소시즈' 등 기업들은 해저지대를 채굴하는 방안의 채산성을 따지는 중이다. 또 심해에서 캐낸 광물을 옮기는 기술도 진일보했다. 무게 250톤에 달하는 '하베스터'는 물밑 광물자원을 물 위로 띄울 수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BCC리서치'는 "심해 광산이 새로운 광물 탐험 러시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30년 심해 광산업 시장가치가 1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심해 광물채굴은 환경운동단체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환경단체들은 '해저는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마지막 생태계', '바닷속까지 무분별한 남획을 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재활용, 친환경 자원확보의 마지막 희망?
독일 함부르크항 포이테섬엔 유럽 최대 구리제련 공장이 있다. '아우루비스'가 운영하는 이 공장은 1907년부터 구리파이프와 구리판, 전선 등을 생산하고 있다. 매년 100만톤 이상의 제품을 만든다. 이 기업은 칠레와 페루, 브라질에서 구리광석을 수입하기도 하지만, 폐컴퓨터나 폐휴대폰 등에서 나온 구리를 재활용하는 데에도 큰 비중을 둔다.
아우루비스 금속공학자인 크리스티안 플리츠코는 "폐가전은 우리가 관심을 갖는 보물상자"라며 "컴퓨터 전기회로판 1킬로그램엔 순수한 구리 250그램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에서 유용한 금속을 추출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엄청난 품이 든다는 약점이 있다. 플리츠코는 "바코드와 레이저를 활용해 전기회로판에서 희토류인 네오디뮴을 특정해 분리할 수 있다면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구리 수요는 눈에 띄게 늘었다. 아우루비스의 제련용광로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전면가동 중이다. 구리가 친환경 기술에서 두루 쓰이는 중요 금속이기 때문이다. 플리츠코에 따르면 전기회로판에 쓰인 구리를 재활용하는 에너지는 채굴을 통해 같은 양의 구리를 얻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1/20 수준이다.
주요 금속 재활용이 늘어날수록 자원생산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휴대폰과 TV, 냉장고 등 점점 더 많은 전자기기 폐기물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제품들이 재활용 기관에 가는 대신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로로 직행한다. 독일의 경우 전자기기 폐기물의 44%가 수집된다. 반면 글로벌 비율은 20%가 안된다.
초기에 만들어진 풍력터빈 대부분은 이제 교체 시기를 맞았다. 풍력터빈 타워와 하우징에 사용된 대부분의 재료들은 재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로터블레이드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 에폭시 탄소섬유 또는 섬유유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부품들이 결국 소각로로 향하게 될 전망이다.
전기차 기업들은 풍력터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 신차에 들어가는 고가의 금속들을 쉽게 재활용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BMW의 경우 엔진과 차체에 사용하는 알루미늄 절반이 재활용된다. 하지만 니켈이나 코발트, 리튬처럼 배터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의 경우 그 비율이 크게 낮아진다.
전기차 시대는 사실 이제 막 시작됐다. 중고 배터리를 대량으로 재활용할 정도로 공급이 충분치 않다. 하지만 전기차가 향후 모든 차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전기차 선두기업인 테슬라는 향후 거의 모든 주요 금속을 폐배터리의 재활용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테슬라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제프리 브라이언 스트로벨은 그같은 목적으로 재활용 기업을 창업했다. 그는 "폐배터리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배터리 함유물의 95~98%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되면 배터리 가격이 크게 낮아지는 등 급진적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재활용이 자동차 제조사를 위한 생태적·재정적인 돌파구라고 본다. 배터리는 대략 전기차 가격의 1/3을 차지한다.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값비싼 금속들 때문이다.
독일 중북부 장츠기터시엔 폭스바겐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시설이 있다. 이 시설 옆에는 2024년 연 50만개의 배터리를 생산할 공장이 들어선다. 폭스바겐은 폐배터리를 분해하고 주요 금속을 걸러내 배터리 제조공장으로 보낼 생각이다.
폭스바겐은 장기적으로 폐배터리 함유물 97%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재활용 비율은 50% 정도이지만, 장츠기터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조만간 72%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재활용만으로는 청정기술업계의 방대한 원자재 수요를 커버하긴 어렵다. 현재 45~50%인 구리의 재활용비율은 금속 재활용의 잠재력이 크고 생태계 보호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아우루비스의 플리츠코는 "오늘날 재활용되는 구리는 평균적으로 35년 전 제조된 것으로, 당시는 구리 생산량이 지극히 적었다. 수요를 고려하면 재활용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모든 구리 수요를 재활용으로 충당할 순 없다"며 "현재와 미래의 수요를 고려하면 채굴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재활용 역시 환경파괴를 막는 데엔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자연은 계속 고갈될 것이다. 인류가 현재의 번영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는 한, 불가피하게 더 많은 자원을 계속 소비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계속 소비한다면, 우리는 지구의 한계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 전문가인 매티스 웨커너겔은 "자연은 은행계좌와 같다. 당분간은 한도를 넘어 돈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인생이란 이미 존재하는 생태계적 한계 내에서 가능하다. 몸무게 75킬로그램의 성인을 실어나르기 위해 2톤의 전기차가 필요할까. 전기자전거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웨커너겔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 지속가능성 여부는 전세계 인구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본다. 그가 태어난 1962년 지구상 인구는 31억명이었다. 오늘날은 78억명이다. 글로벌 출산율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 말엔 100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인구가 줄어들어야 한다. 사람이 적어지면 소비하는 자원도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인구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