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을 되돌아보며
해방 이후 6.25 전쟁의 화마로 전후복구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1950년대, 우리 경제에서 자생적 개발 계획 수립은 어려운 현실이었다. 1960년대 4.19혁명을 거치고 박정희정권이 출범하면서 '선건설-후통일' 즉 빈곤극복과 경제성장을 위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수립됐다.
1962년 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수립된 이후 1980년 초 4차 경제개발 계획이 완료되기까지 20년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우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급성장할 수 있었다.
1차 경제개발 계획의 목표는 섬유 시멘트 비료 등 수입대체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자립경제기반 구축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원조를 중단하고 통화개혁 등이 실패하면서 당시 정부는 수출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선회했다.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는 수출촉진정책으로 전환되었고 3차 5개년 계획부터는 본격적인 수출주도형 중화학공업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한 정부주도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연 수출 40% 증가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고도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비록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종국적으로 1980년대 3저(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호황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경제강국 반열에 오르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게 되는 기초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의 쾌거도 경제개발의 성공에 힘입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판 1차 경제개발계획' 성공 미지수
이 시기 북한은 해방 이후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제기반에 있었음에도 공산주의 계획경제의 모순과 군수경제 중심의 불균형적 운용으로 경제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가까스로 버텨오던 북한은 김정은정권이 출범한 이후 10년이 되는 올해 8차 당대회를 통해 본격적인 경제재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올해 8차 당대회를 통해 내세운 경제정책의 방향이 알곡생산증대 등 농업분야, 살림집 건설 등 건설 및 건설자재 분야, 그리고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한 석탄 전력 금속 및 화학산업 생산력 증대를 목표로 하는 자력갱생 자립기반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방향성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판 5개년 계획'의 첫해인 올해 김정은정권의 경제실험이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북한은 올 하반기부터 각 부문의 성과도출을 독려하고 있으며 12월 하순에 예정된 8기 4차 당 전원회의를 통해 이를 총화·결산하려 한다. 지난 2일 개최된 8기 5차 정치국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가 결정한 주요 정책목표와 국가사업의 전반에 긍정적 변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올해 말 당 전원회의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을 것이며 일정부분 성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의 정부주도형 경제개발계획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북한의 경제성장 전략은 언젠가 한계를 노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경제개발 계획의 적시 수정 및 보완을 통해 수입대체산업 육성과 함께 수출촉진정책을 병행 준비해왔고 대외개방을 통해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수출구조 및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었다.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교역과 투자의 길이 막혀있고 코로나 확산으로 인적·물적 교류의 길이 제약되어 있는 악화된 대외 여건 속에서 북한이 부존 지하자원과 자립경제, 중국의 원조로는 개방화된 경제시대에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 종전선언 활용해 평화와 번영 잡길
북한이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고 본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법은 정확히 30년 전 12월 13일에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잘 나와 있다. 남과 북이 상호존중과 불가침을 통해 평화의 기반을 만들고 화해협력을 통해 번영의 길을 공유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단순한 해법임에도 불구하고 기본합의서가 체결된 이후 지난 30년간 남북관계는 되돌이표를 오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 추진을 통해 북한에게 마지막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이라는 명분을 활용해 평화와 번영의 두마리 토끼를 잡기 바란다. 북한의 성공적인 경제발전은 남북간 격차를 줄이고 자유왕래를 바탕으로 하는 민족공동체의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