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제훈련의 높은 성과, 훈련 원칙에 있다
듀얼시스템·직업주의·노사파트너십 … 직종 스킬 불일치 20%뿐
'그리스 33.2%, 스페인 30.3%, 이탈리아 28.2%. 그러나 독일은 6.5%.'
이 수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2021년 10월 기준 주요 유럽연합(EU) 국가의 청년실업률이다.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왜 이토록 낮을까?
답은 교육훈련의 스킬 불일치가 낮기 때문이다. 업무를 수행할 신입사원에게 기업이 요구하는 업무능력과 신입사원이 교육훈련을 통해 보유한 숙련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능력과 신입사원이 보유한 기능의 괴리를 낮추는 배경은 독일의 품질 높은 도제훈련, '아우스빌둥' 때문이다. 도제훈련 직종의 스킬 불일치는 약 20%고 스킬일치 직종은 80%에 달한다.
이러한 낮은 스킬 불일치 때문에 기업은 채용한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긴 현장적응 훈련을 시킬 필요가 없다. 직원을 업무에 바로 투입시켜 생산성 손실을 낮춘다.
입직자가 수행해야 하는 일을 도제훈련 기간 동안 모두 습득하고 또 기업이 요구하는 문제해결능력을 갖췄는지는 자격시험으로 검증하기 때문이다.
도제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수자는 중등 직업교육을 받았지만 숙련근로자(skilled worker)로 불리며,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들 중이 훈련을 받는 기업 취업률은 2019년 77%에 이른다. 이 숙련근로자는 숙련수준에 걸맞은 높은 임금을 받는다. 독일 전체 근로자 평생소득의 평균을 보면 도제훈련이 소득을 향상시키는 것이 분명하다.
도제훈련 이수자의 임금은 대학졸업자 임금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우도 있다.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대학 진학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다양한 성과를 가져오는 배경에는 도제훈련 품질을 높이는 3가지 주요 원칙이 존재한다.
◆현장 발생 문제 해결능력 양성 = 먼저 도제훈련이 기업과 학교의 2개 장소에서 이뤄지는 듀얼시스템 원칙이다. 이 훈련으로 도제생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직업적 행위역량을 갖추는 것으로 이는 연방직업훈련법 제1조에 명시돼 있다.
행위역량이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습득한 전문지식과 실무능력을 바탕으로 이를 스스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문제해결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토목건축 직종 시험 문제를 보자. '새로운 건설지역에 위치한 공사장이 당신 작업장인데, 여기서 내일 오전 일찍부터 흙을 퍼야 하는데 이것을 공사 지역에 쌓아놓아서는 안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현장에서 이러한 행위역량을 도제훈련 기간 동안 습득할 수 있는 것은 훈련의 70%가 기업 현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기에 기업은 이러한 현장기반 훈련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다양한 프로젝트 기반 훈련과 평가를 통해 디지털화에 대응하고 있다.
지멘스 사례를 보면 '프로젝트 기반 훈련과 평가'의 경우 최근 커피머신 수요자는 좀 더 특별한 컨셉의 머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도제훈련에서 훈련생이 이 문제를 프로젝트 방식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필요한 부품은 기업이 제공하고 훈련생은 그동안 학교와 기업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 새로운 커피머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 그 과정을 보고서로 작성하고 추후 관련 컨셉 내용을 발표하도록 했다.
훈련생은 도제훈련을 현장에서 받기 때문에 훈련을 이수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돼 숙련근로자로 일을 할 수 있다.
◆훈련시장과 직업내 고용시장 연결 = 다음으로 도제훈련의 직업주의 원칙이다. 독일인에게 '직업'이란 생활을 위한 수단이나 사회적인 위치만을 의미하지 않고 개인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다.
지금도 적지 않은 독일인은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직업으로 대답한다. 이를 보면 독일인에게 직업은 높은 수준의 정체성을 표시하는 것이다.
도제훈련도 직업이 중요하며 직업주의에 기반을 둔다. 왜냐하면 고용가능한 크기의 직업에 기반해 훈련직종과 자격종목이 설계되므로(직업=훈련=자격) 훈련을 마치고 자격을 취득하면 관련 직업세계에서 바로 숙련근로자로서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이 원칙은 직업훈련시스템과 고용시스템의 연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도제훈련의 직업주의는 훈련규정을 통해 훈련생이 기업특수 훈련만이 아닌 동일 직종의 기업공통 역량을 의무적으로 습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훈련 이수생은 배운 지식과 기술을 동일 직종의 다양한 기업에 적용을 할 수 있다. 직종별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동일 직종의 기업간 노동이동이 쉬워 청년실업률이 낮아지는 배경이 된다.
◆노·사, 어떻게 훈련·보상할지 결정 = 마지막으로 노사 파트너십 원칙이다. 독일 노사는 도제훈련을 위한 규정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훈련시행 및 자격검정 등 모든 프로세스에 함께 참여한다. 그리고 노사는 훈련종료 후 이수자가 숙련근로자로 입직할 때 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와 좋은 임금을 준비한다.
즉 독일 노사는 품질 높은 훈련을 통해 숙련인력을 함께 키우고 이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좋은 임금(높은 생산성)으로 보상한다. 인력양성의 선순환을 함께 만들고 다음 젊은 세대가 도제훈련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노력한다.
이동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이다.
독일도르트문트 대학 경제학 박사 취득하고 우리나라 자격제도 및 인적자원개발, 그리고 독일의 직업훈련 및 자격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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