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빌둥 한국 5년 성과│② 청년실업과 기후환경 해법을 찾다
"아우스빌둥, 한국에 잘 맞는 시스템"
인터뷰 - 수잔네 뵈얼레 한독상공회의소 부대표
5년간 500명 양성 … "경력개발, 계층상승 통로가 다양해야 청년실업 줄여"
IMF 위기 후 20년 넘게 지속된 사회 양극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들끓고 있다. 공자는 "나라의 부가 적은 것보다 분배의 형평성을 걱정하고, 가난보다 불안을 걱정하라"고 했다. 불안과 양극화의 시대를 극복하는 해법도 일하는 사람에게 있다.
독일의 인력양성은 우리에게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가. 이번 연재기사는 한국 아우스빌둥 5년의 성과를 되짚어본다. 그리고 교육문제, 청년실업, 기후환경, 4차산업혁명과 중소·중견기업, 사회 거버넌스 같은 중요한 현안에 답을 찾는다.
청년이 제대로 된 직업인으로 양성돼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독일의 훈련원칙과 한국적 인력양성의 방법을 소개한다.
한독상공회의소는 전세계 92개국 140개의 외국 주재 독일상공회의소 해외 네트워크 소속이다. 한독상공회의소는 독일식 이원화 직업교육훈련 제도인 아우스빌둥(Ausbildung)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고 있다. 수잔네 뵈얼레 한독상공회의소의 부대표는 한국 아우스빌둥을 총괄한다. 뵈얼레 부대표는 한국에 아우스빌둥을 도입하기 위해 전국의 특성화고를 방문했다. 그는 "현재 아우스빌둥에 참여하고 있는 500명 학생들이 다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으로 청년실업의 해법을 제안하는 그를 만났다.
■아우스빌둥을 책임지고 추진한 동기는?
2016년에 아우스빌둥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한독상공회의소에 합류했다. 당시 한국에 온 지 약 7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다. 한국은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청년들이 많지만 청년실업률은 높았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같은 기업들은 실력을 갖춘 기술인재들이 부족했다. 한국인 직원들은 이직률이 높고 애사심이 낮았다. 기업은 애사심이 높고 오래 함께 근무할 유능한 인재가 필요했다. 나는 아우스빌둥으로 이 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독일 기업이 어떻게 한국에 직업훈련을 적용할 수 있었나?
독일식 직업훈련은 전세계 곳곳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우스빌둥을 시행할 수 있을지 타당성 조사를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7년 첫번째 학생들을 모집했다. 결과적으로 아우스빌둥은 한국에 매우 잘 맞는 시스템임을 확인했다.
■전국의 특성화 고등학교를 찾아다녔는데.
한국에는 독일과 같은 직업학교가 없었다. 먼저 한국폴리텍이 아우스빌둥 프로그램과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따르고 있었다. 기업의 기술수요 중심이 아니었다. 아우스빌둥은 기업마다 다른 훈련방식을 존중한다. 법적인 기준에 맞춰 훈련하면서 기업에 융통성을 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힘든 점은 없었나?
첫번째 문제는 학생들의 군 복무였다. 정부와의 끈질긴 논의 끝에 군 입대한 학생들이 정비쪽에 배치받을 수 있도록 해 쌓은 실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두번째 문제는 '적합한 인재가 누군가'였다. 아우스빌둥은 호기심과 책임감을 갖춘 열려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일에 대한 간절함과 진지함이다.
그리고 기업에 트레이너(훈련교사)를 두는 것도 한국에서는 낯선 것이었다. 트레이너들은 기술만 아니라 학생의 인성 성장에도 기여해야 하는데 솔직히 초반에는 순탄치 않았다.
■5년의 성과는.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수는 500여명이다. 처음 봤을 때 17~19살이었던 학생들이 지금은 22~24살인데 정말 다른 사람으로 성장했다. 이들 청년들이 아우스빌둥을 마치면 정규직으로 취업해 좋은 근로조건에서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고 개발할 수 있다.
학부모들도 생각이 바뀌었다. 학교에서는 아우스빌둥을 추진하기 별도의 건물을 짓고 팀워크, 문제해결능력, 토론 발표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설비를 갖추는 학교도 있다. 서비스센터에도 아우스빌둥은 연령과 서열구조를 깨뜨리는 데 기여했다. 트레이너의 연령이 25세부터 70세까지 다양하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산업을 일으키고 직업훈련도 이끌어왔다. 독일식 아우스빌둥이 한국사회에 정착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정부가 주도했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기업의 기술수요에 출발해서 필요한 직업과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관된 시스템과 표준이 없는 것 같다. 정부도 부처마다 차이가 있고 대기업은 그들만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훈련하고 있다.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노사와 학교가 고용노동부, 교육부와 함께 모여야 한다. 직업훈련 자격증을 보여주면 직원의 교육 수준, 실력 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표준을 정해야 한다. 독일에는 노사 등아우스빌둥 이해관계자가 모여 아우스빌둥팍트라는 협약을 한다. 정책적인 합의를 함께 만든다.
■한국 청년실업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보나?
한국은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70%로 굉장히 높은 편인데 국가는 학구적인 사람만 모여 살아남을 수 없다. 독일에는 일과 공부를 동시에 병행하는 아우스빌둥에 참여하거나 인문학교에 가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두가지 길이 있다.
아우스빌둥을 이수한 사람들도 실무경험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직업관련 학과에 진학해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경력을 쌓고 사회계층 상승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하다. 이러한 제도가 과도한 대학진학을 막고 고학력 실업을 막을 수 있다.
중견기업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큰 잠재력이 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졸실업자에게 그들의 업무에 맞는 현장 위주의 직업훈련을 제공해 기업과 직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핵심은 학생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그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업의 길이 열려야 한다. 기업은 자기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선발해 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대졸구직자에게도 좋은 전망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정미경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장
아우스빌둥(Duale Ausbildung) = 기업의 수요에 맞춰 직업활동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그 배경이 되는 이론을 기업현장과 학교라는 이원화된 교육훈련 환경에서 배우고 익혀 높은 효율을 달성하는 독일 인력양성 방식이다. 한국의 아우스빌둥은 2017년 BMW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도입해 현재 만 트럭 코리아, 다임러 트럭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 포르쉐 코리아 전체 6개사 약 500명의 트레이니(학습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