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말하는 산재예방 ②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뿌리
1월 11일 광주의 대형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과거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후, 우암상가아파트 ,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후 17여년 만의 대형 붕괴사고다. 사고의 내용이 현재 대한민국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포괄적으로 볼 때 사고의 원인을 부실시공이라 하나, 부실시공의 배경은 다르다. 과거 부실시공의 주된 배경요인은 절대 자원부족, 기술부족, 부조리 등과 같은 것들이었으나, 이번 사고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도드라져 보인다.
건설공사는 제조업과는 달리 공사 진행과정에 따른 작업내용 방법 인력 도구 등의 변동성에 따른 고유의 위험성이 높다. 건설공사 현장 사고의 위험은 대부분 시공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고, 이러한 시공과정을 지휘 통제하는 분야를 시공기술이라 한다.
우리나라 건설업은 1960년대에 시작된 산업화 이후 고도성장에 필요한 사회인프라의 폭발적 수요 증가와 1970년대 중동 특수 등을 겪으며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이뤄 세계 일류의 시공기술을 갖췄다. 성장과 도약의 과정에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은 건설업계의 기본적 기준으로 역할을 해왔다.
건설현장 사고 예방의 핵심은 안전한 시공이다. 시공기술은 공사 진행 중에 작업방법, 작업반 편성, 업무지시, 확인, 작업관찰 및 대응에 필요한 즉 상황대응적 기술이다. 따라서 이 기술은 문서로 축적 계승되기 어렵고 선임자로부터 현장에서 배우고, 실행하면서 얻게되는 선험적 암묵적 지식으로 인적자원의 영역에 속한다.
몇해 전 국내 대형 건설업체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심사할 때 최고경영자(CEO)가 과거에 건설업체 근무경험이 없었던 것과 꽤 큰 공사현장의 시공부서장이 계약직인 것에 대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최근에 몇몇 사고발생 건설업체 임원들과 얘기를 하는 중에 현재 건설업계는 젊은층의 기피 등 시공기술력의 감퇴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공을 하지 않는 종합건설업체
과거 건산법에서 부실시공을 막기위해 일정 부분 원도급자의 직접 시공을 의무화했으나, 현재는 원도급자가 공사를 계획,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공사량 전체를 하도급할 수 있도록 돼있다.
물론 이 조치가 나름의 긍정적인 이유는 있지만 원도급자의 시공기술력은 시공능력이 있는 하도급업체를 확보하는 것으로 대체됨에 따라 경영합리화라는 명분 아래 원도급자의 시공기술력은 급격한 양적, 질적 감퇴가 일어나고 있다.
이 현상은 병상에 누워 활동하지 않는 환자에게 자각증세 없이 일어나는 근육감소와 같은 현상이다.
건설현장의 공공연한 불법하도급
건산법 상 건설공사의 일괄 하도급,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그러나 공공연한 불법이 돼버렸다.
하도급은 공사관리 면에서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종합건설업체 중 상당수가 형식적 자격조건은 갖췄으나 시공은 하지않고, 공정성 때문에 낮아진 공공공사 입찰자격을 이용해서 공사를 수주한다. 또 공사비의 10~20%를 편취하고, 실제 시공업체(공사관리 수행)에 불법 일괄도급하면서 직원의 소속변경 등으로 법망을 피한다.
또 승강기공사 등 대형전문업체들은 위험한 설치공사를 재하도급하면서 형식은 원청과 공동도급의 형식으로 법망을 피한다. 이런 불법단계마다 일어나는 공사비의 편취가 실제 작업단계에서 안전 품질을 돌아보기도 어려운 한계상황을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단속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형식 요건을 바꿔도 업체가 작정하고 형식 요건을 갖추면 그만이다. 이에 대해 그동안 건설분야에서 공사관리(CM제도) 적정임금 책임감리 등 여러가지 제도들이 거론됐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이익과 발주자의 불편 등이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가로막고 미봉책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상황에 와있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여러가지 다른 형태의 사고를 지속적으로 겪게 될 것이다. 시스템안전 공학자 낸시는 '죄 없는 사람들이 사고로 죽는 것은 끔찍하다. 그러나 그것에서 배우지 않는 것보다는 덜하다' 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