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 선두 K-배터리 제2 반도체 될 것인가

화재 취약·높은 중국 의존·소재가격 상승 등으로 우려 높아져

2022-02-21 10:41:21 게재

올해 특허만료 리튬인산철배터리 안정성 바탕 시장점유율 높여

"한 종류 치중보다 다양한 배터리 개발로 변화에 대응해야"

한국(K)-배터리는 제2 반도체로 성장할 것인가. 글로벌 완성차와 협업 등을 통해 수주한 물량이 수백기가와트시(GWh)에 달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지속되기에는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최근 리튬인산철배터리(LFP) 장착 전기차가 늘면서 K-배터리 주력인 리튬이온삼원계(NCM, 니켈 코발트 망간)배터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올해 LFP 사용특허 풀린다= 테슬라가 전 차종 보급형 차량에 LFP 배터리를 전면 도입하면서 이같은 우려가 높아졌다.

테슬라는 우선 주행거리가 짧은 모델인 '스탠다드' 전 차종에 LFP 장착을 확대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중국서 시판한 모델3 스탠다드에 LFP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배터리를 병행 사용했다. 앞으로 모델3와 모델Y에 NCA배터리 대신 LFP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얘기다.

폭스바겐도 지난해 파워데이 행사를 통해 엔트리모델에 LFP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도 상용전기차에 LFP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이투자증권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탑재 배터리 가운데 LFP배터리 점유율은 11%로 알려졌다. NCM과 NCA배터리 점유율은 86%로 추정된다.

중국 언론매체 전지중국망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판매량 상위 10개 전기승용차 판매량 가운데 LFP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이 4개에 달했다. 모두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이다. LFP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 승용차는 테슬라 모델3와 모델Y가 대표적이다.

우링의 '홍광 미니EV'도 CATL과 궈쉬안 펑후이 루이푸에너지 4개사 LFP배터리를 사용한다. BYD의 '쑹 프로ㆍ플러스 PHEV'는 BYD 자회사 푸디전지의 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했다.

배터리 업계는 LFP배터리 점유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로 우선 올해 LFP 사용 특허 만료를 들었다. 그동안 LFP배터리가 중국시장에서만 생산되고 소비됐던 이유 중 하나가 특허문제 때문이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LFP 특허규제는 2022년말 종료된다. 종료됨과 동시에 중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제한도 풀리게 된다. 중국 LFP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저가 전기차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LFP배터리업체 럼플리어 김수진 대표는 "올해 LFP배터리 사용 특허가 만료되면 양극활물질 해외 판매도 가능하게 된다"며 "앞으로 LFP배터리 사용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럼플리어는 양극활물질에 망간을 넣는 방식을 통해 에너지밀도를 기존보다 10% 이상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 조만간 양산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원계 핵심소재 가격 상승= LFP배터리와 삼원계배터리는 양극활물질이 다르다. LFP는 양극에 리튬인산철을 사용한다. 최근 배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망간을 함께 양극에 사용하기도 한다.

삼원계배터리는 리튬에 코발트 망간 마그네슘이 결합된 양극활물질을 쓴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늘고 코로나19 여파로 광물질 채굴량이 떨어지면서 배터리 핵심소재 가격이 동반 상승 중이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2020년 1월 1일부터 올 1월 중순까지 배터리 등급 코발트 가격은 119%, 황산니켈은 55%, 탄산리튬은 569% 상승했다.

LFP배터리에 들어가는 철과 인산 가격 변동성은 삼원계배터리에 비해 덜하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서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더욱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BMI는 최근 수요 급증과 노동문제, 코로나19로 인한 차질이 이어지며 올해 사상 최악의 소재 부족사태를 예상했다.

◆니켈 함량 올라갈수록 화재 취약 = 삼원계배터리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올린다. 이때 함량이 올라갈수록 화재에 대한 취약성도 증가한다. 최근 삼원계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화재 위험성에 대한 우려로 리콜 등이 늘고 있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 볼트EV와 현대차 코나EV도 화재 취약성 때문에 리콜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르노 '조에'가 배터리 결함을 발견하고 리콜을 실시했다.

리콜 원인에 대한 규명에 시간이 걸리는 동안 조 단위의 리콜 비용 이슈는 하이니켈 삼원계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LFP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소재의 높은 중국 의존도 =배터리 주요 소재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산화리튬 수입 중국 의존도는 81.1%에 달했다. 2017년 54.0%에 비해 26.1%p가 상승했다.

삼원계배터리 소재 가운데 가장 비싼 산화코발트 수입 중국 의존도는 60.4%(2017년)에서 2020년 84.4%로 올라갔다. 황산망간도 72.5%(2017년)에서 2020년 93.5%로 21%p 높아졌다. 중국이 희토류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업체들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현실이다.

김수진 대표는 "삼원계배터리의 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이는 앞으로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LFP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성능 차이 좁혀지고 있다 = 삼원계배터리는 LFP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한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

통상 LFP배터리 에너지밀도는 같은 중량대비 삼원계에 비해 60~8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론적으로 니켈 함량을 90%까지 올린 NCM배터리는 1회 충전시 500~700km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FP는 주행거리 400km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독일 뮌헨공과대학이 테슬라 모델3과 폭스바겐 ID.3의 성능 테스트 결과는 LFP배터리 효율이 삼원계에 비해 낮다는 일반적 인식을 바꿔 놓았다.

시험 결과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등에서 LFP가 삼원계를 앞질렀다. 주행거리는 모델3이 ID.3보다 10km 더 나왔고 충전시간(80% 충전)은 모델3이 26분, ID.3은 35분 걸렸다.

모델3는 CATL의 LFP배터리를 사용했고 ID.3은 파나소닉의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배터리를 장착했다.

◆국내업계도 LFP에 관심 = 국내 배터리 3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전기차 수요에 발맞춰 생산용량을 증대시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준) 배터리시장 규모는 지난해 269.9기가와트시(GWh)였다. 올해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60.5% 증가한 433.3GWh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60% 이상 성장한 695.5GWh, 2024년에 49.9% 증가한 1042.3GWh가 예상된다. 2025년 배터리시장은 지난해보다 407% 성장한 1368.3GWh가 될 것으로 보인다. 1GWh는 보통 고성능 전기차 1만3000대에 탑재되는 양이다.

이같은 글로벌시장 확대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3사로 대별되는 K-배터리도 생산용량을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현재 155GWh에서 2025년 기준 400GWh 이상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SK온도 현재 40GWh에서 2025년 220GWh로 높일 예정이다.

이들 기업도 LFP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공간 제약이 적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LFP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저가용 전기차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연차 전장용으로 LFP배터리를 이미 개발해 양산한 바 있다.

SK온도 LFP 화합물 조합 연구를 통해 다양한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쪽에 치우치다보면 공급망 불안과 가격인상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LFP배터리나 나트륨기반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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