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빌둥 한국 5년 성과│④ 교육과 훈련 중장기적 미래를 위해
독일 '대학 이원화교육'에서 배운다
학문교육과 직업교육 연계 … 한국, 고등직업교육 구조 개편 논의해야
IMF 위기 후 20년 넘게 지속된 사회 양극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공자는 "나라의 부가 적은 것보다 분배의 형평성을 걱정하고, 가난보다 불안을 걱정하라"고 했다. 불안과 양극화의 시대를 극복하는 해법도 일하는 사람에게 있다.
독일의 인력양성은 우리에게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가. 이번 연재기사는 한국 아우스빌둥 5년의 성과를 되짚어본다. 그리고 교육문제, 청년실업, 기후환경, 4차산업혁명과 중소·중견기업, 사회 거버넌스 같은 중요한 현안에 답을 찾는다.
청년이 제대로 된 직업인으로 양성돼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독일의 훈련원칙과 한국적 인력양성의 방법을 소개한다.
독일은 2016년부터 국가전략인 '산업 4.0 기술혁신'(Industrie 4.0)을 '직업훈련교육 4.0'(VET 4.0)과 연계해 시행하고 있다. 융합산업시대에 필요한 협력·신속·유연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첨단과학기술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등 단계의 직업교육훈련을 넘어 고등교육단계의 직업교육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고등교육단계의 직업교육이 시행됐고 그 성과와 경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4.0' 시대의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학습과 응용, 그리고 고도의 지적 능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보다 전문화된 고등단계의 직업교육은 여전히 아쉽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 직업교육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던 독일의 고등교육단계의 '대학 이원화 교육제도'(Duales Studium)가 주목받고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대학이 대표적 = 독일의 대학 이원화 교육제도는 대학의 학문교육과 직업교육을 연계한다. 대학 이원화 교육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변화에 적합한 전문적인 고등직업인력의 양성을 목표로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했던 이 제도는 현재 독일의 전체 고등교육에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이원화 대학'(DHBW)과 '중소기업대학'(FHM) 등이 대표적이다.
DHBW은 1970년대에 대학입학자격을 갖춘 학생에게 기업의 직업훈련과 대학의 이론교육을 제공한 독일 최초의 이원화 대학이다. 중소기업대학은 2000년에 소위 중소기업의 수도라고 일컬어지는 빌레펠트에 설립된 국가인정 사립응용과학대학이다.
FHM은 현재 베를린 밤베르크 빌레펠트 프레헨 하노버 쾰른 슈베린 로스토크 등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현재 독일 10대 사립대학교 중 하나다.
◆높은 취업률, 최상의 근로조건 보장 = 독일에서는 학업성취도가 높은 청소년들도 대학 이원화 교육을 선호한다. 기업 또한 이원화 교육을 통한 고급인력에 양성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원화 대학들은 대학의 이론교육과 현장학습이 연동된 효율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그 결과 졸업생의 80% 이상이 학업을 마침과 동시에 현장학습을 수행했던 기업에 취업한다.
일반대학과 비교해 교육기간이 3~5년으로 짧다.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학사학위와 공인 이원화직업자격증 두개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조기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승진이 빠르고 급여수준도 높다.
이원화 대학은 직장인들에게도 대학의 문을 개방해 직장인의 직무능력 강화교육도 지원한다. 전문성이 입증되면 대학입학시험 합격증 없이 입학의 길이 열려 있다. 아우스빌둥을 마치고 현장경험을 쌓은 기능기술인력이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할 기회를 준다.
이원화 대학은 독일 대학의 가장 큰 혁신으로 꼽힌다. 때문에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의 중요한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이후 이원화 대학교육 발전 = 2000년 이후 빠르게 확산된 독일 대학 이원화 교육은 교육과정수와 참여 기업수, 그리고 학생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학 이원화 교육은 점점 더 직업교육훈련 통합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독일의 산업계 대학이 대학교육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을 실시했다면 직업교육훈련 통합형 대학교육은 학생이 기업에서 국가가 승인한 직업에 대한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해당 이론교육을 대학에서 이수하는 방식이다. 학생은 기업과 직업훈련계약을 체결하고 수당을 받는다. 기업의 교육훈련은 상공회의소와 같은 담당 기관에서 시험을 치르고 자격증을 획득함으로써 종료된다. 전체 학업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졸업자들에게는 추가로 학사학위가 수여된다.
이러한 이원화 대학교육은 압도적으로 공학 분야와 경제경영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다음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전산학 분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즉 대학의 이원화는 독일의 전통적인 산업인 제조업과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독일의 국가전략 '산업 4.0'의 영향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사회적 기여, 국가 산업발전의 동력 = 독일의 대학 이원화 교육은 대학이 산업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직업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사회적 기여 정신에서 출발한다. 한국의 고등직업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대학도 주도적으로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산업체의 수요를 반영해 이원화 교육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 입학 및 학위취득 과정을 보다 유연하게 설계하고, 지역의 산업에 특화된 다양한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대학의 이론교육과 현장의 실무교육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혁신적인 지원이 이뤄져야한다.
◆직업적 성공, 사회적 상승 기회 확대해야 = 나아가 독일처럼 고등학교 과정에 직업교육을 받고 취업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계속교육을 통해 대학교육과정으로의 이동을 촉진·확대해야 한다. 기업의 수요에 맞게 특화된 인력이 기술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로 하여금 대학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력경로를 선택하도록 하고, 나아가 직업적 성공 및 사회적 상승 기회의 문을 확대해야 한다. 초지능·초연결이 핵심인 4차산업혁명 시대, 독일의 '대학 이원화 교육제도'와 같은 고등교육단계의 직업교육은 더욱 더 강조될 것이다.
한국도 전문대학교에 집중된 고등단계 직업교육을 4년제 대학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고등직업교육 구조 개편도 적극적인 논의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우스빌둥(Duale Ausbildung) = 기업의 수요에 맞춰 직업활동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그 배경이 되는 이론을 기업현장과 학교라는 이원화된 교육훈련 환경에서 배우고 익혀 높은 효율을 달성하는 독일 인력양성 방식이다. 한국의 아우스빌둥은 2017년 BMW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도입해 현재 만 트럭 코리아, 다임러 트럭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 코리아, 포르쉐 코리아 전체 6개사 약 500명의 트레이니(학습근로자)가 참여하고 있다.
김춘식 동신대 에너지경영학과 교수는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역사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교육부 고등교육 및 직업교육 정책자문위원 역임했다.
독일-동아시아관계사, 독일 고등교육·직업교육정책, 과학문화를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