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계속운전하려면 선결과제 있다
송전선로 전력계통 부족
밀양 송전선로 14년 소요
정부가 신한울 3·4 착공 시점을 2025년 상반기로 제시하는 등 탈원전 정책 폐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원전을 기저전원(전력생산을 매일 꾸준히 함)으로 적극 활용하는 등 원전 최강국 도약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조속 재개와 △설계수명 만료원전의 계속운전(수명연장)의 구체적 이행계획도 마련했다.
2025년 상반기 신한울 3·4호기를 착공하고, 내년 상반기 고리 2호기, 내년 하반기 고리3호기의 계속운전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하는 일정을 수립했다.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은 각종 절차를 2025년까지 완료해 2026년부터 재개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30년까지 운영허가 만료원전 10기 전체에 대한 운영허가 변겅허가신청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탈' 탈원전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행되려면 송전선로 등 전력계통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송전선로 보강이 안되면 자칫 원전 설비만 갖춰놓고 가동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원전이 몰려있는 부산·울산지역의 현재 발전설비용량은 약 15기가와트(GW) 수준이다.
여기에 신고리 5·6호기, 에퀴노르사의 해상풍력 등 7GW의 신규 발전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다.
전력당국은 이에 맞춰 22GW에 부합한 전력계통 설비확충 계획을 수립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들어 원전 신규 건립과 계속운전을 허용하면서 부산·울산지역에만 2030년까지 4.6GW의 발전공급력이 추가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발전력만큼 송전선로 등 전력계통의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 지역에 대한 전력수요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계속운전 등을 통해 늘어난 발전력은 전력수요가 밀집된 수도권 등으로 보내야 한다"며 "송전선 변전소 등 전력계통이 보강되지 않으면 생산한 전력을 타지역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출력을 제한하거나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전선로 건립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많아 경과지(노선) 확정부터 준공까지 10년 이상 기간이 소요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유송전(HVDC) 건설사업의 경우 2016년 경과지를 선정하고 2025년 6월 준공목표(230km 송전선로 440기 예정)를 세웠지만 아직 착공도 못했다. 7년동안 지역주민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밀양송전탑 사태로 알려진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2001년 경과지 선정에 착수한 이래 2008년 착공, 2014년에야 공사를 완료(90.5km 161기)했다. 14년이 소요된 것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더라도 전력계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며 "송전선 확충, 송전선로 변경,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분산에너지 보급 확대, 집단에너지 사업 조정 등 선제적인 보강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수용성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전력설비 확대는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에너지효율화로 전력수요를 줄이는 일이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