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루나사태' 맞물려 코인시장 경고등

2022-05-17 11:38:39 게재

거래소 "고객 유치 어렵다" … 하루 거래대금 60% 줄어

투자자보호 필요성 커져 … 금융당국, 19일 업비트 검사

한국산 코인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최근 거래량이 급감한 가상자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상자산 중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투자열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루나·테라 사태는 단발적인 사건으로 끝날 수 있지만 제2, 제3의 유사 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옥석가리기를 해야 하고,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4000만원 회복 못해 | 업비트와 빗썸에서는 17일 오전 9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각각 3938만원, 39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12일 9개월여만에 처음으로 4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17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루나 가격은 0.0001890달러(0.25원 상당)를 기록했다. 불과 이틀 전 0.0003791달러(0.5원 상당)로 거래된 것 보다 50% 가량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루나·테라 가격은 99.99% 하락했고 국내외 코인거래소들이 잇따라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투자자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격이 급락하면서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해졌고, 급등했을 때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빅4 코인거래소에서는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를 약 27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최근 약 10만명 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인업계에서는 그동안 루나에 투자했던 기존 투자자 상당수는 손실을 보고 빠져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 투자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루나·테라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라며 "다만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늘고 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손실이 발생해도 배상이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루나·테라 사태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깨는 사건이 됐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의 극심한 가격 변동을 회피하기 위한 방식으로, 법정화폐(달러 등) 또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거나 루나·테라와 같은 무담보 알고리즘형 등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테라는 1달러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자매 코인인 루나의 발행량에 따라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다. 테라가 0.9달러로 떨어지면 1달러 어치의 루나로 바꿀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테라의 액면가를 1달러로 맞추면서, 달러와 1대1 가치를 유지하는 이른바 '페깅'을 해왔다. 테라는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활용했다. 비트코인을 팔아 페깅을 하지만 투자자가 테라와 루나를 모두 매각하는 소위 '코인런'이 발생하면 두 코인 모두 폭락하는 사태를 막기 어렵다.

루나재단은 최근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중 30억달러(약 3조8550억원) 이상을 테라 시세가 1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팔았다. 하지만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루나와 테라의 시가총액은 1주일 사이에 450억달러(57조7800억원) 가량 증발했다.

금융당국은 루나·테라 사태와 맞물려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코인시장의 일일 평균 거래대금이 최고 14조원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5조~6조원 수준으로 극성수기 대비 60% 넘게 하락했다"며 "금리상승 등으로 실물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위 코인시장의 기축통화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입지도 약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루나·테라 사태가 식어가던 코인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미국의 규제 강화 등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코인업계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빅5거래소 관계자는 "루나·테라 사태로 시장 전반의 분위기 좋지 않고 고객 유치가 잘 안되고 있다"며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디지털자산법(가칭)을 만들어서 문제가 있는 코인에 대해서는 제재와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가상자산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루나·테라 사태로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수 있고, 코인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전 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중소형 코인거래소의 한 대표는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개별 코인에 대한 수익구조를 파악해서 투자할 필요가 커졌다"며 "코인 시장도 세계 경제와 같이 움직이면서 변동성이 줄고 투자 매력이 줄었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향후 비트코인과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비교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가상자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루나·테라 사태는 단발성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코인 시장은 1위 거래소인 업비트가 70~80%의 시장점유율일 기록하고 있으며 그 외에 원화거래가 가능한 거래소 4곳은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원화거래를 하지 못하고 코인마켓만 운용하는 거래소들은 은행의 실명계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전북은행에 이어 지방은행 한 곳이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달 19일부터 업비트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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