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소형모듈원전, 안전하다면 여의도에

2022-07-15 10:52:24 게재
며칠 전 부산지역 어느 고등학교에서 환경강의를 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주제였는데 학생들의 관심은 원전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질문은 "수도권에는 없는 원전이 왜 부산권에 몰려있는가"였다.

원자력발전은 원자핵을 반으로 쪼개 원자를 분열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원자의 중심에 있는 원자핵은 매우 조그만 크기지만 원자 전체 질량의 99.9%를 가지고 있다. 쉽게 비유하면 상암월드컵경기장 하나가 원자라면 원자핵은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12mm 정도 크기의 쇠구슬이다. 이 작은 쇠구슬 하나가 상암월드컵경기장 전체 질량의 99.9%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우주의 질서는 오묘해서 원자핵과 원자의 크기 질량 비율은 태양과 태양계에 적용해도 똑같다. 태양이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9%를 차지한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스타워즈' 얘기를 했다. "영화는 외계문명이 우주선을 타고 와서 광선총을 쏘는 걸 우주전쟁으로 묘사하지만, 핵발전은 외계문명이 침공해 태양을 반으로 쪼개버리고 태양계가 붕괴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요즘 유럽이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해서 말들이 많다. 이와는 별개로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관 공급중단에도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기로 했다. 독일 국민들이 탈원전에 찬성한 결정적 이유는 원전사고지만 '원전이 만드는 전기는 우리 세대가 쓰고, 수만년 관리가 필요한 핵폐기물은 후손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세대간 형평성' 문제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는 독자적인 소형모듈원전 개발에 나서겠다고 했다. 소형모듈원전은 쉽게 얘기하면 핵잠수함에서 쓰는 작은 원자력발전기를 육상에 짓자는 것이다. 지하 물탱크 안에 건설하면 부지도 크게 필요없고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수도권에는 없는 원전이 왜 부산권에 몰려있는가?"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즉답은 하지 못했다. 대신 "정부가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전이 가시화된다면 반드시 서울에 짓도록 국민운동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만큼 안전하고 작은 부지에도 지을 수 있다면 국회의사당 여의도 둔치 쪽에 지어야 한다.

에너지 생산시설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지역에 지어야 송전손실도 줄어든다. 서울은 당인리 천연가스발전소도 거의 안 돌리면서 충남지역에서 생산하는 석탄화력 전기를 무한정 공급받는다. 그러면서 '수도권 대기질이 나쁜 건 서해안 석탄발전 때문'이라고 한다. 어이가 없다.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을 가까이에서 뒤집어쓰는 충남 사람들은 그럼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란 얘기인가?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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