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관행과 다른 '윤석열 문법' … 민주당 강경 '맞대응'
윤 대통령, 정치도 화물연대처럼? … '타협없다' 정주행 질주
문재인·이재명 측근 전방위 수사 … "중도층, 어느 손 들어줄까"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불법'으로 규정하고는 '타협은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서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결국 정치권, 특히 야당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재명 당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윤석열정부의 칼끝이 '정치적 고려'나 '협상' 없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진단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구속, 출국금지, 압수수색 등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다.
'설마' '설마' 하며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거나 요구했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존 정치권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윤 대통령의 생경한 대응에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강경대응' 외엔 선택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5일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야당과 협력해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완전히 야당을 적대시하고 있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 상대로 보지 않고 있는 게 명확하고 정치적 타협이나 협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기본 질서나 관행과 다른 사법적 사고와 판단으로 국정과 함께 대야관계도 끌고 가려는 의지가 명확하게 확인됐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취임이후 7개월 가까이 되는 시점까지 야당 지도부와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고 법안이나 예산안 통과 등을 위해 협상을 종용하거나 타협점을 찾아 나서지도 않았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은 윤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상 자체가 사실상 무기력해졌다.
◆이재명·문재인으로 향하는 검찰의 칼끝 = 검찰은 민주당의 정중앙에 서 있는 이재명 당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연말연초에는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의 좌우 측근인 김 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모두 구속됐다. 먼저 정 실장에 대한 재판이 이번주 중 시작될 예정이다. 이들의 혐의 안에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이익을 본 인사들로부터 돈을 받아 이재명 대표의 선거운동 등에 사용됐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만큼 이 대표에 대한 소환장이 올해 안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세하다.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역시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의 관여 여부도 관심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문 전 대통령과 같이 일한 장관과 청와대 수석, 비서관 등이 수사선상에 올라있고 구속, 압수수색 등이 진행되고 있다. 블랙리스트(유영민 전 과기정통부장관,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김우호 전 인사혁신처장, 박상혁 전 인사비서관실 행정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김수현 전 사회수석,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서 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김홍희 전 해경청장, 서 욱 전 국방부장관), 탈북어민 북송사건(서 훈 전 국가안보실장,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에 대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재기수사)과 조 국 전 법무부장관(입시비리의혹 등으로 5년 구형)도 검찰의 칼날 위에 놓이게 됐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비리 의혹 관련 채용 비리) 역시 출국금지됐다.
◆화물연대 대응을 보면 =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과 같이 민주당을 대한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개별접촉에 들어가면서 협상의 문은 사실상 닫아버렸다. "화물연대가 (정부와의) 면담을 조합원들을 현장에 붙잡아 놓는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는 이유였다.
이를 두고 내부분열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장관들과의 회의에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169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들을 동원하며 압박하는 데도 예산안, 국정조사 등에 대한 강경입장을 거둬들이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야당 인사에 대한 검찰수사 강도를 높여가는 모양새와 닮았다는 평가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국정운영 스타일을 윤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화와 타협보다는 정해놓은 방향대로 직접 전면에 나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리스크에 걸려 있는 민주당 역시 강경하게 나올텐데 중도층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