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어떤 길로 나아갈지 현명하게 선택하라'는 조언들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 가운데 한사람인 제프 베이조스는 고등학교 때 '전미 과학 올림피아드' 대표를 지냈을 정도로 수학과 과학에 출중한 재능을 인정받고 프린스턴대학교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거기서 본인 스스로도 자랑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과목에서 A+를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 과목을 수강하며 과제를 수행하던 중 꽤 어려운 편미분방정식을 접하게 되어 끙끙거리며 몇 시간을 소요하고, 수학을 잘하기로 유명한 룸메이트 조까지 합류해서 몇 시간을 더 문제에 도전했지만 도저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물리학과에서 제일 잘한다고 소문난 요산타에게 문제를 들고 찾아갔다. 요산타는 그 문제를 보고 조금 생각한 다음 바로 정답은 '코사인'이라고 대답을 했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깜짝 놀란 베이조스와 조는 요산타에게 어떻게 그 문제를 그토록 쉽게 해결했냐고 물어보니, 요산타는 자신도 쉽게 푼 건 아니고 몇년 전 그 문제와 매우 비슷한 편미분방정식을 풀었던 기억이 나서 그 방식을 적용해 본 것이라 대답했다.
그날 베이조스는 자신의 원래 꿈이었던 이론물리학자를 포기했고, 이후 컴퓨터과학으로 전공을 변경했다. 자신이 결코 훌륭한 이론물리학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후 프린스턴을 졸업한 베이조스는 월스트리트에서 꽤 성공하게 되는 퀀트 기반 투자회사(D.E. Shaw)를 다니다가 아마존을 창업했고 이 이후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누구나 아는 전설이 되었다.
상처받은 자존심에 굴복하기보다는
한편 베이조스의 이 이야기 동영상이 전세계적으로 퍼지자 많은 사람들이 요산타의 근황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어느날 트위터에 그 옛날 일을 베이조스가 기억하고 자신을 언급해 주어 고맙다는 요산타의 글이 올라온다.
요산타는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칼텍(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를 받았는데 현재는 세계적인 반도체회사인 미디어텍에서 기술 관련 고위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그 대단했던 요산타마저도 베이조스의 꿈이었던 이론물리학자가 아닌 산업계에서 활약하는 인사가 되었다는 게 재미있다. 그래도 그 길은 요산타가 현명하게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학부를 졸업할 무렵이었던 1990년대 초중반 물리학계의 전설인 파인만이 칼텍의 열등생들에게 한 인생의 조언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간략히 요약하면, 칼텍의 열등생들이 절대로 선택하지 말아야 할 인생의 길이 바로 계속해서 물리학 쪽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석사 박사를 받고 그 분야에 남아서 자신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성과를 내는 옛 친구 선후배 동료를 보면서 평생을 울분과 콤플렉스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 글을 읽고 그때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일반적인 조언이라면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보답으로 큰 성과가 온다'라고 위로하는 말이 대부분일 텐데, 이와는 달리 생각보다 매우 냉정하고 야멸찬 느낌을 주는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필자도 인생의 경험이 쌓이고, 주변에서 여러 사례를 목격하면서 든 생각은 파인만의 얘기가 정말 지혜 가득한 현명한 조언이었고, 자신의 귀한 시간을 무상으로 쪼개어 보충수업까지 해주었던 칼텍의 열등생들에게 주는 진심어린 따듯한 충고였다는 것이다.
최소한 자기 학교에서 일등이고, 자신의 도시, 심지어 자신의 주(State)에서 일등을 한 학생들만 모이는 칼텍에서 열등생이 되어 버린 상처입은 제자들을 위한 진심어린 인생의 충고였던 것이다.
냉철한 조언과 실행이 현명한 선택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입시 취업 승진 퇴사 등등으로 인생의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때 행복한 감정과 선택은 오직 극소수에게만 허락될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쉬움 상처 괴로움 가운데 이후 인생의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로 인해 상처받은 자존심에 굴복하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선택을 하라는 파인만의 냉철한 조언과 이를 실행한 베이조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결국은 가장 참된 위로와 행복을 가져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