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분석 통해 한국 토종개 기원 규명
건국대 박찬규 교수팀
유입경로·시기도 확인
한국 토종견 진돗개와 동경이는 동남아, 삽살개는 유라시아 혈통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국대학교 KU융합과학기술원 박찬규 교수(줄기세포재생공학과) 연구팀은 한국 토종개들의 시조가 한반도에 도래한 시기와 유래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는 고대 개와 늑대, 아시아 및 유럽 개 등 211마리 개과 동물들의 전체 게놈 염기서열 정보가 비교·분석됐다. 특히 삽살개와 진돗개를 포함해 극동아시아 5개 품종 총 25마리의 유전체 서열이 박 교수 팀에 의해 신규 해독됐다.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의 토종개들은 약 2000년에서 1만년 전 사이 두 종류 다른 근원에서 이동해 왔다. 남방 지역에 뿌리를 둔 동남아 혈통과 북방 중앙아시아 지역에 근원을 둔 유라시아 혈통으로 나뉜다는 것.
동남아 혈통에서 유래한 개로는 진돗개와 동경이가 있다. 이들은 뉴기니아 싱잉독, 호주의 딩고, 베트남 개와 혈연적인 연관이 깊다는 것이 이번에 밝혀졌다. 반면 삽살개는 북방 유래의 유라시아 혈통으로 티벳 마스티프, 시베리안 허스키와 촌수가 가깝고 북중국 토종개들과도 혈연적 연관이 깊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로 개들의 이동 경로와 시점도 밝혀졌다.
1만2000년 전의 고대 개 27마리의 유골 DNA에 의하면 동남아 혈통과 유라시아 혈통이 분기돼 아시아 대륙 남북으로 분리된 시점은 7000년 이상됐다. 이중 북방 유라시아 혈통이 유럽과 북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모든 개들의 혈통 형성에 관여했다.
토종견들은 약 3000년 전 남방 농업인들을 따라 이동해 한반도에 도달했고 먼저 정착한 북방 개들을 다시 만나 '한국 개'라는 정체성을 띤 집단을 이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삽살개 긴 털의 기원도 밝혀졌다.
삽살개 얼굴 전체를 덮는 긴 털은 RSPO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출현했으며, 전 세계에 분포한 긴 털 개들이 모두 동일한 변이를 지니고 있다. 변이 주변 유전자들의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삽살개 변이 유전자가 동서양 장모 견종 중 가장 오래된 형태이며, 티벳 테리어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 즉 오랜 과거에 두 견종 간 유전자의 천이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극동아시아 지역 개들의 기원연구는 최고 수준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특히 한국 토종견의 이동로뿐만 아니라 이동 시기까지 상당히 정확하게 유추했다. 기원 전 2800년 북방 스텝지역에서 한반도로 대규모 유목민이 유입된 시기와 이후 동남아에서 발달한 벼농사 기술이 한반도에 도래한 시기가 한국 토종견의 기원과 일치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최초로 가축화된 포유동물인 개는 모든 인류 집단과 같이 이동했다"며 "고대 인간 집단의 이동로를 유추하는데 개의 혈통연구가 중요한 보조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는 개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민족적, 인종학적 정체성 이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삽살개재단 하지홍 교수와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연구 논문은 국제 저명저널 'iSCIENCE'에 지난달 28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