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떨어지는데 … 여 '홍범도 논란' 수습할까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
"흉상 논란 자체가 도움 안돼" 쓴소리 폭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의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이념' 문제와 홍범도 장군 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모습이다.
6일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34.1%, 부정 평가는 58.0%로 각각 집계됐다. 한달 전과 비교하면 긍정평가는 3.9%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5.7%p 올랐다.
이는 이틀 전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조사와도 비슷한 흐름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8일∼이달 1일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2%p 내린 35.4%였다.
이처럼 여론조사 수치가 전반적으로 악화되자 국민의힘 내 동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지율 하락 이유 중의 하나로 홍범도 논란이 지목되기 때문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주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전주부터 이어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공방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역사·이념 논쟁이 더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사실 국민의힘은 홍범도 장군 문제에 당초 정부 입장을 존중한다 정도의 소극적 입장을 내왔다.
그러다 지난 3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필두로 적극적으로 나서던 참이었다. 이 사무총장은 "볼셰비키즘을 신봉하고, 동족을 향해서도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적으로 돌렸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군의 사표로 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5일 대정부질문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홍범도 흉상 이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비수도권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5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홍범도 장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기 때문에 (흉상 이전 문제가) 국민의힘에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최근 대통령의 이념 발언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이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타이밍이 문제다. 총선을 이기고 나서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통령의 이념 발언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꽃이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결과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1.7%, 공감한다는 의견이 32.5%였다. 여론조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공개적인 쓴소리도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옮긴다, 아니다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홍범도 장군 흉상은 독립기념관으로 가는 게 맞다"면서도 "아무리 이념이 중요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지만 수도권 중도층은 그걸 그렇게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생과 경제와 변화·혁신이 와야 할 타이밍에 다른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나가면 이번 보궐선거가 아니라 내년 총선도 홍범도 선거를 치러야 한다. 국민의힘 망한다"면서 "정부에서 이념 문제가 아닌데 이념 문제로 규정해서 꼬였다.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