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 기술과 회계의 미래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CES)가 개최되었다.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라는 주제로 150개국 4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박람회의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 이후 급속하게 발전한 AI 기술은 모빌리티와 헬스케어 등 모든 산업과 융합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미래 회계산업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AI와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르면 회계사의 AI 노출지수는 19%로 의사 및 변호사와 함께 AI에 의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AI 기술혁신이 회계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회계사, AI에 의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
기업에서 재무제표 작성에 필요한 전표입력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사람이 수행한다. 하지만 향후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에 진화된 AI가 탑재되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해 상당 부분 자동화되어 사람이 이러한 업무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또한 AI는 기업의 과거 회계정보뿐만 아니라 시장 전망 등 외부정보를 자동으로 학습해 미래 매출과 이익을 보다 정확하게 추정할 수도 있다.
AI 활용은 회계감사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AI가 감사인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감사위험평가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AI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동종산업 기업의 재무 및 비재무정보까지 포함해 자동으로 위험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표본추출에 기반해 수행했던 작업을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전수조사가 가능해진다. 감사증빙이 디지털화 되어 문서진위 파악이나 계약서 요약 등의 작업이 자동화되고 있다. 이러한 회계감사의 디지털 전환은 감사업무량을 줄이고 감사품질을 높일 수 있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은 AI를 활용한 감사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금융감독원도 디지털 기술을 회계감사에 도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I 기술혁신은 기업의 회계업무와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업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의 회계담당자와 공인회계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역량과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 기반 RPA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AI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복잡한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과 전문적인 판단은 최종적으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고도의 전문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데, 현재 기술과 제도로는 AI가 그러한 책임을 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에는 AI 기술과 제도의 발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회계업계·감독기관 모두 AI 기술 적극 수용해야
회계감독기관은 AI기술이 회계산업에 융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선 회계법인들의 AI 기반 감사시스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감사인 감리나 지정감사인 배정 과정에서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반면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업무 자동화로 절감되는 시간을 고려해 조정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회계감사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감사품질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기업과 회계업계는 적극적으로 AI기술을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재정의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앞으로 회계산업에서 AI 활용과 데이터 분석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AI와 관련된 엄격한 윤리적인 기준도 준수해야 한다. 모빌리티나 헬스케어에 AI가 융합된 것처럼 회계산업에도 빠른 속도로 AI가 도입되어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회계의 미래는 AI로 인한 변화방향을 예측하고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