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중대재해법, 산재예방 효과 있다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한보총)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국민 70%는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를 보면 정부와 국민들의 생각이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이후 중대재해가 크게 감소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민 70%는 중대재해법이 산재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중대재해법이 갖는 영향력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산재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는 점이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될 때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산재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산재예방 정부 출연금 고장 150억원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에 대응해 정부에서는 1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여기에 제도개편에 따른 안전관리비용 등 간접효과 3000억원을 합쳐 1조5000억원을 중소기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발표를 보면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예산을 투입하는 것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이 예산은 대부분 기존에 안전보건공단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지원을 위해 사용하던 예산이고 사업내용만 변경됐을 뿐 새롭게 투입되는 예산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면서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이 2024년에 시행될 것에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중대재해법 제16조에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정부가 사업주 등을 위한 예산 지원 내용을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지원과 대비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장의 혼란과 불안감만 가중되는 것이다.
산재예방을 위해 정부는 민간에서 조성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산재예방기금)의 3% 범위에서 출연금을 지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24년에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의 출연금은 산재예방기금(9조8222억원)의 0.15% 수준인 15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투입하는 1조2000억원의 대부분은 산재예방기금에 의존하는 것이지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출연되는 금액은 150억원뿐이다.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하면서 막상 정부의 직접적인 예산지원은 하지 않은 채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하니 실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 공동안전관리자 제도 겨우 600명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도 기존에 해오던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컨설팅 등의 단발적이고 물량 위주의 사업에 치중해 있다. 중소기업에서 희망한 공동안전관리자 제도는 겨우 600명을 투입하는 것에 불과하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고, 소기업 도움이 되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정부 정책과 예산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이 바로 국회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77.9%가 4월에 치뤄질 총선 공약에 산재와 직업병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응답하면서 국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적 기대가 충족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안전보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