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수면장애, 방치하면 다른 질환에 악영향
전문가 상담·검사로
맞춤형 치료법 찾아야
잠 못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22년 불면증 등으로 진료받은 경우가 72만명이 넘었다. 잠은 에너지 충전기이자 활동하면서 생긴 몸안의 노폐물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귀한 시간이다. ‘잠을 잘 못 잔다’라는 말에는 ‘잠 드는 것이 어렵다’와 ‘잠자는 도중에 자주 깬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증상에 따라 원인 질환도 달라진다. 또 몸안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다양한 수면장애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19일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경우가 지속되면 건강이 나빠져 없던 병이 생기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되는 등 악영향을 준다”며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자신에 맞는 치료법을 확인하고 처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정신생리적 불면증은 불면증 중 가장 대표적인 형태이다. △잠을 잘 못 자는 것을 과도하게 걱정하고 △잠을 자려고 너무 애쓰며 △자려고 하는 동안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자려고 하면 긴장하거나 불안해지고 △자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잠이 오지만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밤 동안 각성이 증가하는 상황을 만들어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규칙적인 잠자리에 드는 수면습관을 갖춰야 한다. 7시간의 수면 후 17시간의 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6시 일어날 경우 밤 11시까지는 활동을 해야 다시 잠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고 낮 동안 활동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잠이 잘 안 오면 수면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가장 적합한 처방 받는 것이 좋다.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전문가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수면제 복용 시간을 정하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지연형 증후군과 일찍 자서 일찍 깨는 전진형 증후군이 있다. 여행 시차나 교대 근무도 이에 포함된다. 이런 수면위상증후군은 체내 일주기리듬의 장애와 관련돼 있다. 수면제 사용만으로는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3시에 잠을 자서 10시에 일어나는 경우(지연형)라면 7시간 수면 후 17시간이 지나야 잠을 다시 잘 수 있기 때문에 새벽 3시가 될 때까지는 잠이 오지 않는다. 이를 불면증으로 오인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아직 기상 후 17시간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잠이 일찍 들 수 있도록 취침-각성 시간을 당겨야 한다.
이렇게 수면 스케줄을 점차적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미는 것을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광치료를 실시하거나 멜라토닌 등의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
또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밤에 심해지면 수면장애를 일으킨다.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농도 저하가 하나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도파민 효현제를 일차적 치료로 권장하고 있다. 투약시 비교적 빠른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빈혈이나 출혈, 임신과 같이 철분이 부족한 경우에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철분 보충만으로도 호전되기도 한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발생한 저산소증이 이차적으로 잠을 깨게 만들어 수면 중 유지장애를 유발한다. 낮 동안 졸리기 때문에 졸음운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합병증으로 인지기능 손상과 심혈관계 및 뇌혈관계 장애를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비만 등 체중이 증가할수록 무호흡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체중을 줄이면 무호흡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양압기를 착용하면 무호흡을 호전시킬 수 있다. 구강내 장치나 수술적 요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낮에 심하게 졸리는 기면병. 웃거나 울 때 전신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잠들 무렵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수면 마비를 겪거나 입면 시 환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낮에 졸음이 쏟아져 수업이나 운전 중 졸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자신도 모르게 전신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일상 생활을 하는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야간 수면다원검사와 함께 주간 수면잠복기반복검사를 시행해 진단한다. 치료법으로는 잠을 잘 수 있을 때 자두는 행동요법과 주간 졸음의 정도를 줄이기 위한 각성제 사용이 있다. 탈력발작에는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다. 불면증이 심하지 않다면 투약이 필요하지 않다.
정 교수는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신체기능이나 면역력, 정신적 회복도가 종합적으로 저하돼 있다. 방치하면 다른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을 수 있다”면서 “불면증은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잘못된 수면습관을 고치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제때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비약물적인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아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