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비명’ 목소리 사라진 민주당
의장·원내대표후보 ‘선명성’ 경쟁
당직도 친명 일색 … “4년 전과 달리 총선 민심 성과 요구”
법사위·운영위원장도 민주당몫 … 이 대표 연임까지 연결
“입법 독주와 거부권 반복, 국민 피로감 … 운용 지혜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로 뭉칠 전망이다. 새로 구성된 당직은 친이재명 체제로 짜였고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후보들도 이재명 대표와의 강력한 일체감을 내세우며 ‘선명성 경쟁’에 돌입했다. ‘탕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역풍’을 우려하는 비명계(비이재명계)의 비판도 사라졌다.
22일 다선의 비명계 당선인은 “4년 전과는 명확히 달라졌다”며 “4년전에는 (여당으로) 코로나19 상황을 잘 극복하라는 의미로 180석을 줬다는 점에서 검찰개혁 등 성과를 내기 위해 입법독주를 하는 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정권심판론이 거세게 불면서 이번 180석(지역구 161석, 비례연합정당 14석 등 175석)은 윤석열정부의 질주를 차단하고 입법 등 성과를 내보라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운영위원장이나 법사위원장도 민주당이 가져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수 여당에 끌려가면서 윤석열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입법성과도 내지 못하면 유권자나 지지자들로부터 강력한 비판과 비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나 탕평을 주문하는 비명계쪽의 목소리를 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이뤄진 총선 내용을 보면 여당이 협조를 하지 않더라도 22대 국회는 바로 출발할 것”이라며 “여야 합의로 추대하는 형식의 국회의장이나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한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여당이 주저하거나 발목을 잡는다면 야당 단독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더이상 눈치를 보거나 여론을 염두에 둘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192석의 ‘거야’에 힘을 실어준 4.10 총선의 의미를 윤석열정부가 아닌 민주당 중심의 국정 운영과 입법 주도로 읽은 민주당의 ‘강공작전’은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출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날 전망이다. 다음달 3일 선출할 예정인 22대 국회 초대 제1당 원내대표 선거에 가장 먼저 공개 출사표를 낸 박찬대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의 강력한 ‘투톱 체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박 의원은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고 최고위원으로 그동안에도 이 대표의 정책과 행보를 지근거리에서 지원해 왔다. 10여명에 달하는 원내대표 후보군의 출사표에서도 ‘이 대표와의 강력한 접점’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장 후보군 중에서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조정식 의원은 민주당 주도의 입법부 운영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6선의 조 의원은 “22대 국회가 개혁 국회로서 성과를 내고, 민주당이 주도해 민생과 개혁 입법과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가 그에 걸맞은 필요한 역할을 위해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총선 민의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추미애 전 장관이나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 등도 조만간 출마를 알리면서 ‘민주당 주도의 입법부 운영’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당직 개편에서‘친명 체제’ 공고화 의지를 보여줬다. 친명계 김윤덕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고 수석사무부총장에는 강득구 의원이, 조직사무부총장에는 황명선 당선인이,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에는 ‘영입인재 1호’ 박지혜 당선인이 각각 선임됐다. 이재명 대표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은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이 대표의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예정이다. 정책위의장엔 진성준 의원, 전략기획위원장엔 민형배 의원이 배치됐다. 박성준 의원이 수석대변인을,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은 대변인을 맡았고,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김우영 당선인이 들어갔다.
당직-국회의장-원내대표로 이어지는 친명 체제는 8월로 예정돼 있는 이재명 대표 연임과 연결돼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당대표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후선 퇴진과 계파색이 옅은 인물 선택’에 대해 “당의 대표는 실질적으로 당을 관리하고 정치적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줘야 되지, 권한이 없는 사람을 올려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대표에게) 연임 문제까지도 열어놓고 고민해 보시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독주’에 따른 후폭퐁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 원내대표는 “현재 우리 당의 의석 구조가 사실은 21대, 22대가 큰 차이가 없다. 200석이 안 되는 속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에, 그다음에 여당의 협조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상황 아니냐”면서 “매번 반복적으로 여야 합의 없이 야당에 의해서 (법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도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앞의 다선의 당선인은 “22대 국회 들어서는 민주당이 독주를 하더라도 어차피 대통령의 경우엔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지혜롭게 운용해야 한다”며 ‘과도한 입법 질주’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