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3% 깜짝 성장했다는데…거꾸로 가는 국민 살림살이
정부, 1분기 깜짝 성장에 성장률 상향 검토 … 지속가능 성장엔 의문
카드·저축은행 대출 연체율 급등 … 외식자영업 폐업률도 고공행진
정부가 2.2%인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후반대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분기 1.3%(전분기 대비) ‘깜짝 성장률’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가 견인한 수출이 큰 몫을 했다. 1~2월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여가활동이 늘면서 내수도 성장했다. 갤럭시24 등 휴대폰 신제품 출시 역시 한몫했다.
정부의 성장률 상향조정 검토가 섣부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2분기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대출은 1900조원으로 불어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란 지적도 있다. 급증한 가계부채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건 역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특히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각종 경기지표는 오히려 악화화고 있다.
◆깜짝성장 배경은 =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1분기 성장률 1.3%는 정부 예상치(0.5%)를 두 배 이상 상회한 수치다. 시장 예상치도 0.6%였다. 지난 25일 기획재정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한국은행의 성장률 집계 발표 직후 브리핑을 열어 ‘경기 회복의 청신호’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1분기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0.7%p로 순수출(0.6%p)을 웃돌았다. 내수가 수출을 앞선 것은 작년 1분기 이후 1년 만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내수의 큰 폭 성장은 예상치 못한 대목이다. 내수 중에서도 건설투자가 2.7% 증가와 민간소비 증가(0.8%) 기여분도 0.4%p에 달했다.
정부는 “민간이 주도한 ‘교과서적인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예상 밖 성장세에 고무된 정부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존 전망치는 2.2%다. 기재부 관계자는 “성장 경로가 조금 상향된 것 아닌가 싶다. 연간 기준 2% 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조만간 세계 경제전망 수정을 하면서 한국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 수정은 오는 7월쯤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긴다.
◆지속가능성엔 의문 = 하지만 ‘1분기의 깜짝 성장’이 이어질 지를 놓고는 논란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민간소비는 부진이 완화되는 정도이고 건설투자는 금융 불안이 줄면서 공사가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이런 걸 감안했을 때 아주 강한 회복세라기보다는 일시적 요인이 많이 반영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브리핑에서 “1분기만 놓고 보면 민간소비,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상당히 높아 내수가 회복세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1분기에 성장 기여도가 컸던 건설의 경우 수주는 지난 2월 작년 같은 달보다 24.1% 줄어든 상태다. 이르면 2분기부터 건설경기의 큰 폭 하락이 예고된 셈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불확실성도 아직 진행형이다.
◆“생활은 여전히 어려운데” = 1분기 깜짝 성장과 달리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실제 카드사와 저축은행 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카드·저축은행 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신한카드의 1분기말 연체율은 1.56%로 전년 동기(1.37%) 대비 0.19%p 치솟았다. 2015년 9월(1.68%)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하나카드의 같은 시점 연체율은 1.94%로 전년 동기 대비 0.80%p, 우리카드는 1.46%로 전년동기 대비 0.21%p,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31%로 전년동기 대비 0.12%p 각각 치솟아 모두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NH농협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1.53%로 전년동기 대비 0.19%p 뛰었고, 삼성카드는 1.1%로 전분기(1.2%)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급전을 빌리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통계다.
저축은행의 1분기 연체율도 7~8%로 치솟는 추세다. 저축은행은 서민대출과 함께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저축은행에 따라 10%를 넘어서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폐업률 증가 역시 ‘고단한 서민생활’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폐업한 업체는 17만6258개로 폐업률이 21.52%에 달했다. 5곳 중 1곳 이상 문을 닫은 것으로, 지난해 폐업한 외식업체 수는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9만6530개) 대비 약 82.6% 급증했다. 폐업률도 재작년 16.95%보다 4.57%p 높아졌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