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품질관리실’ 투자할수록 감사품질 높아져
고연차 경력 회계사 비중
인건비 비중 높으면 영향
회계저널, 첫 실증 확인
회계법인이 품질관리실 투자를 확대할수록 감사품질이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한 첫 실증 연구 결과가 나왔다. 투자 확대는 고연차 회계사 비중이 높고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17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하는 회계저널 최신호(2024년 2호)에 실린 논문 ‘회계법인 품질관리실의 인력 비중, 경력 및 인건비 예산은 감사품질을 향상시키는가?’에는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번 연구결과는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품질관리실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품질관리실 강화를 위해서는 일정 기준 이상의 회계사들을 확보해야 하고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논문 저자인 연세대 경영대학 박사과정의 라경흠씨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외부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 161곳을 추출했다. 이 중 회계법인의 품질관실 인력 비중 관련 정보를 공시한 111개 회계법인을 표본으로 정했다. 감사품질을 확인하기 위한 기업의 표본은 3440개다.
감사품질 측정에는 ‘재량적 발생액’(경영자의 재량에 따라 기업이 이익을 달리 측정)을 사용했다.
표본을 보면 회계법인들의 총인원 대비 품질관리담당 인력 수 비중은 2020년에 3.7%에서 2021년 4%로 증가한 뒤, 2022년에도 4%를 유지했다. 총 품질관리담당 인력 수 대비 경력기간 7년 이상의 비중은 2020년에 67%, 2021년 68.7%, 2022년에 68.9%로 꾸준히 증가했다.
회계법인 전체 인건비 대비 품질관리 관련 예산(인건비)의 비중은 2020년에 2.9%에서 2021년 2.8%로 소폭 하락한 뒤, 2022년에 다시 2.9%로 상승했다.
실증분석 결과 회계법인의 총 인원 대비 품질관리 담당 인력수의 비중이 높은 것은 감사품질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품질관리실의 인력 중 고연차(7년 이상) 회계사의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감사품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저자인 라씨는 “고연차의 축적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감사업무에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품질관리실 업무를 수행할 경우, 감사품질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회계법인 전체 인건비 대비 품질관리 관련 예산(인건비) 비중이 높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감사품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추가 분석에서는 회계법인 품질관리실 인력 비중, 고연차 경력의 인력 비중 및 인건비 예산이 감사품질에 미치는 관계가 대형 회계법인인 빅4와 그렇지 않은 회계법인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검증했지만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품질관리실에 고연차 인력비중이 높은 경우 감사품질을 향상시킨다는 최초의 실증 결과를 확인 한 것이며, 감사품질의 결정요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PKF서현회계법인이 출연한 서현학술재단은 제1회 서현학술상 공모전에서 해당 논문을 회계분야 우수논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