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원 철회 불가능"…의대교수들 "대법원 결정부터”
교육부 “24일 대교협서 절차 마무리” … 의료계, 이달 중 대법원 결정 촉구
정부가 사실상 이번 주중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절차를 마무리 하기로 하자 의대 교수 단체가 이를 법원 결정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교수들의 요청이 받아 들여질 가능성은 낮아보여 의정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오는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의대 증원이 반영된 각 대학의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한다고 밝혔다.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이 승인되면 각 대학은 5월 31일까지 대학별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5월 말 예정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학칙 개정 절차가 원래대로 마무리돼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의대 정원 문제는 증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고3 학생, N수생, 학부모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별로) 모집 요강이 공고되는 5월 31일 이후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이 곤란하다”며 “2025학년도 1500명 (내외의) 증원이 확정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의교협 “법원 결정 후로 절차 미뤄달라” = 이런 소식이 알져지자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내년도 대입시행계획 승인과 모집요강 발표를 법원 결정 후로 미뤄달라고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5월 31일에 발표해도 되는 모집요강 발표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며 “1만3000여명의 의대생이 신청한 항고심 재판부와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내년도 의대 증원이 아직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험생과 학부모가 겪을 혼란을 없애기 위해 대교협과 각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 내용 승인과 모집요강 발표를 멈추고 법원의 최종 결정 이후에 진행해야 한다”며 “이는 법치국가에서 필요한 당연한 기다림”이라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또 “의대 정원 증원은 각 대학이 학칙 개정 과정이 선행된 이후 대교협에 신청돼야 한다”며 “혹시라도 학칙 개정 절차없이 증원을 신청한 대학은 지금이라도 대학평의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친 후 제대로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휴학 승인 불가 = 하지만 정부가 전의교협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교육부 관계자는 “의과대학 증원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부는 증원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들에 대한 압박에도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칙상 휴학할 수 없는) 1학년 학생들은 유급이 되면 2025학년도 증원되는 학생들까지 7500명이 1학년부터 6년간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느 기수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수업 복귀를 해 특정 학년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선배들이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대학들이 집단유급을 막기위해 휴학 승인을 검토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교육부는 대규모 휴학 역시 집단유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량 휴학을 승인하면 너무나 많은 학생이 (특정 학년에) 몰리게 되는 문제점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휴학은 휴학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여러 차례 안내한 바 있다”며 “대학들이 그 원칙을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탄원서 제출 = 한편 의료계는 사법부에도 대법원 항고와 나머지 소송들에 대해서도 시급하게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의교협은 성명에서 서울고등법원장과 대법원장에게 “의대생들이 제기한 대법원 사건 1건과 서울고법 행정가처분 사건 3건, 서울고법 민사가처분사건 8건을 5월 31일까지 결정해달라”며 “3개월간 진행된 이 사건의 쟁점은 언론을 통해 잘 알고 계실 것이니 사건을 검토하고 결정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의대생들이 서울고법에 제기한 즉시항고 3개 사건 담당 재판부(행정4-1부·행정8-1부) 각각에 의대 교수 등 2만742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이날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10% 이상의 과도한 증원은 현재 교육 여건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의대 증원 없이도 정부가 올바른 필수·지역의료 정책을 추진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