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방정부’ 명칭, 공식화할 때가 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스스로를 ‘지방정부’로 불리길 희망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가 돼야 비로소 중앙정부와 수평적 관계, 대등한 관계가 형성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름이 내용과 관계를 규정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오래 전부터 공공연하게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자치분권 지방정부협의회,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등 지자체들이 결성한 단체명에 일반적으로 사용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초기부터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공식·공개적으로 사용해왔다.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16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국회시정연설 당시 “추경의 총 규모는 59조4000억원이지만 지방정부 이전분 23조원을 제외하면 중앙정부는 총 36조4000억원을 지출하게 된다”고 했다. 그해 6월 국무회의에서는 “지방정부는 국정의 주요 파트너”라고 했고, 2023년 1월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연두 업무보고 때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지원체계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영문명 표기에서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우회적으로 쓰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정문 앞 표지석 영문명에 지방정부를 뜻하는 ‘Jeonbuk State’를 새겨놓았다. 다음달 25일 열리는 ‘제1회 전북포럼’의 영문표기도 ‘2024 Jeonbuk State Forum’으로 쓴다. 강원도가 2022년 6월부터 사용 중인 영문표기도 ‘Gangwon State’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여전히 법적 용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이나 조례 규약 등에는 쓰지 못한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충청권 시·도가 요청한 ‘충청지방정부연합 규약’의 명칭 변경을 요구한 것도 법적 용어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행안부는 이 규약안을 승인하면서 11월 30일까지 법적 용어인 ‘충청지방자치단체연합 규약’으로 바꾸라는 단서를 달았다.
윤석열정부가 지방시대를 표방하면서 지자체들의 지방정부 용어 사용 요구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해 6월 울산에서 열린 시·도 대표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 대신 지방정부 사용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앞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도 지방정부 명칭 공식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해 1월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을 당시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정부 용어 공식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30년이 지난 지금이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공식화할 적절한 시기일 수 있다. 법적 용어가 아니라는 게 문제가 된다면 법제화하면 된다. 출범을 앞두고 있는 22대 국회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김신일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