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기후위기로 혼란에 빠진 미국 주택소유자보험 시장

2024-06-04 13:00:00 게재

기후변화로 인해 재해가 더 빈번하고 심각해지면서 주택소유자보험 산업이 혼란에 빠졌다. 허리케인과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를 자주 겪는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를 넘어 아이오와 아칸소 오하이오 유타 워싱턴 주 같은 곳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대체로 주택소유자보험 수익성이 높았던 북동부 지역에서도 추세가 악화되고 있다.

주택소유자보험 시장은 예전에는 해안지역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3년 전국의 1/ 3이 넘는 18개주의 주택소유자보험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5년 전 12개주와 2013년 8개주에서 증가한 수치다.

중서부와 남동부에는 심한 폭풍과 우박이 쏟아지고 서부에서는 산불이 빈번하게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아이오와를 떠난 보험회사 중 하나인 셀리나 보험그룹 최고경영자 빌 몽고메리는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험료를 충분히 빨리 또는 충분히 높게 인상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보험사, 기후변화로 번 돈보다 쓴 돈 많아

아칸소의 보험사들은 지난해 주택보험료로 1달러를 벌 때마다 1.66달러를 지출했다. 2023년 토네이도와 기록적인 폭우에 시달렸던 켄터키에서는 그들이 번 1달러당 1.67달러를 썼다. 12월 대통령 재난선언이 있을 정도로 폭풍이 심했던 테네시에서는 지난해 보험료 1달러당 1.25달러를 지출했다.

최소 10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한 자연재해 수는 2020년과 2021년에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보험손실액은 176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2004년과 2005년에 세운 이전 기록을 깬 수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미국 전역의 보험사들이 벌어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았으며 이러한 손실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에 따르면 2040년까지 미국에서 산불 홍수 허리케인과 같이 기후변화에 기인한 자연재해로 재산손실 비용이 60% 이상 증가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시즌이 더 길어지고 더 빈번하고 맹렬한 불길이 발생할 수 있다. 철근콘크리트 건물도 간단히 무너뜨릴 정도 위력의 카테고리 4~5 허리케인이 더 흔히 발생할 수 있으며 열대성 폭풍이 동반하는 강우량이 최대 20%까지 늘 수 있다. 미국 전역의 강수량 증가는 홍수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선을 따라 범람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보험사들은 2008년과 2012년 사이에도 손실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난 10년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폭풍과 화재가 더욱 거세지면서 재해로 인한 비용은 보험사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후가 좋은 해와 나쁜 해가 혼합되도록 설계된 재무모델은 나쁜 해가 더 많아지면서 무너질 위험이 있다.

기본적으로 보험회사는 과거 날씨 패턴에서 예상되는 손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책정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날씨를 예측할 수 없게 돼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어떻게 책정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재보험사도 보험증권 위험부담 난색

보험사들도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위스리와 같은 글로벌 거대 재보험사들은 보험사의 보험을 들어주고, 보험사들이 작성한 보험증권의 위험도 일부 분담한다. 하지만 재난이 악화됨에 따라 재보험사들은 미국 일부 지역의 보험 인수를 꺼리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회사는 사업을 할 지역에 더욱 보수적으로 대하고 있다.

아이오와는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2020년 거센 바람을 동반한 폭풍 데레초가 중서부를 휩쓸었고 그 뒤를 이어 폭풍 우박 토네이도 등 일련의 재해가 발생했다. 2023년 보험사들은 아이오와에서 주택소유자보험으로 벌어들인 1달러당 손실 및 기타 비용으로 1.44달러를 지불했다. 아이오와의 주택보험 시장은 4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재보험사들은 한발 물러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부터 아이오와에서 시큐라, 셀리나, 페킨 인슈어런스 등 최소 4개 업체가 주택소유자보험 가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손실에 대응해 보험회사들은 보험료를 50% 이상 인상하고, 보장 적용범위를 줄이고, 일부 주에서 완전히 철수하기까지 했다. 보험회사들은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고 위험을 재평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산불과 폭풍에 특히 취약한 특정 지역에서 보험료가 인상되거나 보장이 취소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트래블러스와 네이션와이드를 포함해 전통적으로 주택소유자보험을 제공하던 25개 보험사 중 10개 보험사가 새로운 주택소유자보험 가입을 중단하거나 거의 가입할 수 없게 만들었다.

기후변화는 전국적으로 주택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론은 보험 계약자가 더 높은 요율과 더 높은 공제액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보험사는 보장을 제공하는 데 더 까다로워지고 더 낮은 지불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보험회사들은 이미 기후변화에 맞춰 주택보험 적용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 특히 위험에 취약한 지역 시장에서 더욱 그렇다. 보험사들은 주정부의 규제를 받는데, 최근 보험업계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보험료를 더 쉽게 인상할 수 있도록 하거나 주택소유자들이 주택 손상에 더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보험사가 더 많은 이익을 얻거나 주택소유자에게 더 많은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쉽게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와 워싱턴은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절차를 가속화했다. 아칸소는 최근 보험사들이 우박이나 바람으로 집이 파손된 사람들에게 더 높은 공제액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보험회사들은 또한 극단적인 날씨와 산불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주택소유자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거나 악천후로부터 주택을 더 잘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보험사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내화성 지붕을 설치하거나 다른 변화를 주는 주택 소유주들에게 할인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적은 돈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네소타는 폭풍에 대해 주택을 더 탄력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에게 할인을 제공하도록 보험사에 요구했다. 켄터키와 조지아도 최근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1년 중 8년 동안 보험사들이 적자를 기록한 콜로라도에서는 민간보험사들이 대거 보험을 취소하는 상황에 대비해 고위험 풀을 마련하고 있다. 35개 주에도 유사한 플랜이 있다. 이는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됐다. 손실은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의 보험료에 추가되는 할증료로 충당된다.

플로리다에서는 너무 많은 주택소유자들이 주정부가 지원하는 고위험 풀에 몰려들어 예외적인 고위험 풀 보험이 플로리다 주에서 가장 큰 보험사가 됐다. 그럼에도 보험료는 주요 허리케인 발생 시 직면하는 위험을 반영하기에는 너무 낮다.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미래로 행진 중

보험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가장 먼저 느끼는 분야가 되었다. 불안정한 보험시장은 전체 경제를 위협한다. 보험이 없으면 은행은 모기지를 발행하지 않는다. 모기지가 없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살 수 없다. 구매자가 줄어들면 부동산 가치는 재산세 수입과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지역사회는 학교 경찰 및 기타 기본 서비스에 대한 재정이 줄어들게 된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로스쿨의 기후 위험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데이브 존스는 “우리는 많은 곳에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원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