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오수현 켄텍 (제주 서귀포여고)

2024-06-05 15:29:58 게재

사회·수학·과학·정보 교과 넘나든 ‘꼬꼬무’ 탐구, 에너지에 닿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청정하고 이색적인 제주의 자연환경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곳곳에 사람이 드나들면서 자동차가 늘었고, 쓰레기도 많아졌다. 어느 순간 제주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자,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었던 ‘환경 문제’가 내 일처럼 느껴졌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 ‘에너지’에 시선이 닿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인 에너지는 인간의 삶에 필수적이지만, 가장 큰 환경 오염원이기도 하다. 환경·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생각이 수학·과학 수업에서의 배움과 만나자 에너지를 주제로 한 다양한 탐구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린수소나 에너지저장시스템(ESS)까지 파고들며 에너지공학을 향한 꿈도 생겼다. 오수현씨가 켄텍(KENTECH, 한국에너지공대)에 도전한 이유다.

오수현 | 켄텍 (제주 서귀포여고)

오수현 | 켄텍 (제주 서귀포여고)

사진 배지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 에너지로 확장

수현씨의 학생부에는 다양한 에너지 문제가 담겨 있다. 태양광·풍력·수력은 물론 핵융합·나노촉매·그린수소·ESS 등 고등학생에겐 낯선 차세대 에너지원·기술까지 폭넓게 탐구했다. 뿐만 아니다. 단순 자료 조사를 넘어 수업에서 배운 개념을 접목해 현재 기술의 한계와 개선점까지 깊게 파고들고, 다시 심화 학습으로 연결한 점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1학년 <통합과학>의 에너지 단원에서 태양에너지의 원리를 본뜬 핵융합 발전을 배운 후 국내외 연구 현황을 조사했고, 2학년 <지구과학Ⅰ>의 우주 단원을 공부하며 원자핵의 융합 과정과 생성 과정을 들여다보고 별의 내부 환경에 따른 영향까지 살펴봤다. 단위 질량당 에너지 생성률을 수식으로 구현하며 학습 깊이를 더하는 한편, 1학년 때 조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융합 분야의 의의 있는 연구와 상용화 단계를 정리해 주요 연구 분야와 발전 상황까지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물리학·수학에 대한 흥미가 커지면서 <기하> <지구과학Ⅱ>에선 유클리드 기하학을 소재로 우주와 기하학을 연결 짓고, 케플러 법칙과 도플러 효과를 기반으로 우리은하와 암흑 물질의 관련성을 짚어냈다.

“사실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어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뉴스를 즐겨봤는데, 환경오염 문제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처음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인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하는 실험을 하고 대안을 찾는 활동을 했는데요. 특히 미세 섬유 필터나 플라스틱 분해 효소 등 해법을 찾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다양한 자료와 수업 내용을 결합하면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러 영역이 융합됨을 알게 돼 흥미로웠고요. 공학 계열 진학을 결심하고 계속 환경·기후 관련 문제를 살피다 에너지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알게 됐고, 탐구 주제로 삼기 시작했는데 거의 모든 수업과 연결되더라고요. 분야가 다양해 다채롭게 접근할 수 있어 재밌었고요. 제 성향에 맞는다 싶어 몰입하게 됐죠.”

까다로운 수학·과학 개념, 탐구활동으로 흥미 유지

선택 과목은 흥미 있고 진로와도 관련이 큰 수학·과학 과목 위주로 골랐다.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수학과제탐구> <고급수학Ⅰ>, 과학은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Ⅱ> <화학실험> <융합과학>을 이수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고려해 <프로그래밍>도 배웠다. 난도가 높은 과목이 많고 교과 성적과 활동을 함께 챙겨야한다는 점은 종종 버겁게 느껴졌다. 그럴 때 에너지를 주제로 한 탐구 활동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의 쓸모를 직접적으로 알게 해줘 동기 부여 효과가 컸다. 국어 교과에서 에너지 분야의 책을 탐독한 것도 미래 에너지에 대한 시야를 넓혀줬다고.

“물리학의 유전체는 ESS, 화학의 여러 반응은 수소연료전지에 각각 활용돼요. 우주의 광활함을 로그함수로 표현하고, 풍력·태양광 발전에 영향이 미치는 기상을 미적분으로 예측할 수 있고요. 수업 내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성적에 대한 부담까지 커지면 공부하기가 힘들어질 때가 있어요. 한데 관심 있는 주제와 연결해 파고들면, 흥미가 돋고 수업의 의미도 찾게 되더라고요. 특히 <물리학Ⅱ>에서 ESS를 주제로 한 탐구 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학교 상황 상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어, 에너지와 더 관련 있는 <지구과학Ⅱ>를 이수했어요. 아쉬움이 있었는데 <물리학Ⅰ·Ⅱ>에서 배우는 역학과 전자기장의 개념이 전력을 생산·운송·저장하는 ESS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어요. <생명과학Ⅰ>의 생명체의 에너지 활용 과정을 배우면서 ESS와 관련성을 파악한 상태라 두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융합해 무선전력송전 시스템을 구상하면서, 회전 운동을 유지하려는 힘(관성 모멘트)과 이를 대표하는 진자 운동 주기에 관심을 갖게 됐죠. 교과서엔 최신 연구 내용을 찾기 어려워 논문으로 궁금증을 해소하고, 미적분으로 실제 진자의 주기를 구하는 수식을 만들어 봤어요. 어려운 개념을 조금은 쉽게 이해하게 됐고, 제 적성과 진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좋았어요. 다양한 측면으로 관심 분야를 바라볼 수 있어 시야도 넓어졌고요.”

켄텍, ‘이런 면접은 처음이야’

수현씨의 교과 등급은 1.8 정도로 우수한 편이었지만 수시에서는 1곳 외에는 종합전형으로만 지원했다. 서울 주요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많지 않고, 에너지공학전공이 있는 대학도 학교에 따라 자원개발·원자력·신재생 등 주력 분야가 제각각이라 일반 대학 지원 시 고민이 많았다.

“수능은 문제 풀이 훈련을 통해 빨리 정답을 도출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저는 어떤 개념이나 문제를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하고 하나씩 파고드는 성향이라 수능 학습이 잘 맞지 않았어요. 수시, 그중에서 종합전형이 맞겠다 싶었죠. 전형·학과는 일찍 정했는데 대학 선택이 어려웠어요. 마침 에너지특성화대학으로 문을 연 켄텍을 알게 됐고, 고2 때 홈페이지를 찾아봤어요. 특성화 분야는 물론, 융합 교육이나 학부연구생 등의 교육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면접도 인상 깊었어요.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우주 탐사 계획을 시뮬레이션하면, 관련한 문항이 제시되는 형태였는데, 다양한 환경의 정착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질문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답변의 수준이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나겠더라고요. 제 경우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독서 활동을 했는데, 덕분에 깊이 있는 답변을 할 수 있었어요. 녹화형 면접임에도 상호작용을 하는 듯했고, 게임 같은 진행에 긴장감보다 흥미를 느꼈고요. 이런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합격을 바랐는데 입학하게 돼 정말 기뻐요.”

벌써 학부 연구생이나 공모전 등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아 자극을 받고 있다는 수현씨. 고교 때 흥미를 느낀 ESS 분야를 파고들 생각이지만, 입학 후 켄텍에서 다양한 에너지 분야의 가능성을 알게 돼 또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전공 자체에 매몰되지 않길 바라요. 대입을 경험해 보니 관심 있는 분야를 수업에서 깊게 파고들며 역량을 기른 경험 자체를 더 주목한다는 생각이에요. 특히 탐구 활동을 할 때 전 딱히 관계가 없거나 개념 중심 수업에서는 무리하게 연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른 과목이나 동아리와 같은 창·체에서 관심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독서 활동이나 교과 개념, 창·체 등의 활동을 서로 엮어 주제나 소재를 찾으면 학습이나 진로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고요. 기록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본인이 의미 있고 즐거울 경험을 고민하길 바라요. 단, 교과 성적이나 수능 등 학업 역량을 보여줄 요소를 챙겨야 기회가 많다는 점은 유의하세요.”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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