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어업협력' 10년 만에 새로운 모델 나왔다
IUU 논란 후 2014년 원양어업 철수 … 참치연승으로 유지
연안정치망 기니비사우에서 시범조업 준비 … ODA 포함
오징어채낚기도 케냐와 협력 타진 … 안전한 어선이동 과제
2014년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파동 이후 감척을 하며 철수했던 한국의 아프리카 현지 어업에 새로운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 어장이 줄어들고 있는 연근해 어업인들이 아프리카 연안국가들과 협력하며 현지에서 어업할 길을 찾고 있다.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이하 연안어업인연합회)는 기니비사우에서 정치망어업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월께 시작할 예정이다. 근해어업은 포항의 오징어채낚기·통발어업이 케냐와 협력사업을 타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높은 외화가득률을 보였던 원양어업은 2015년 감척사업 이후 남은 참치연승 11척과 선망 1척이 국제규범과 연안국 협력 기조에 맞춰 조업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세네갈 가나에서는 현지 어업인들과 합작으로 조업하는 참치선망선도 12척(운반선 1척 포함)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연근해 어업인들의 현지 진출을 돕고 현재 조업 중인 원양어선들의 활동도 지원하며 연안국 협력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근해 어업인들 아프리카 연안국과 협력하며 어장확대 모색 = 연안어업인연합회가 아프리카 어장을 찾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이다. 어족자원과 어업인 감소 문제를 해외어장 개척으로 돌파하겠다며 아프리카 연안을 탐색해 기니비사우에 적지를 찾았다.
김대성 연안어업인연합회장은 6일 “지난해 12월 연안어업인회가 지정한 곳에 조업을 허가한다고 기니비사우와 협약을 맺었고, 우리 정부도 5일 서울에서 열린 해양수산국제협력콘퍼런스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우리는 협약에 따라 현지 자원을 보호하고 우리가 가진 수출경험 등을 전수하며 기니비사우와 협력하고 성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안어업인연합회는 우선 기니비사우에서 정치망 어업으로 민어 조기 새우 등을 조업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정치망은 그물길이가 500~600m에 이르지만 기니비사우에는 300m 크기로 우선 두 곳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관리선도 한국에서는 정치망 하나당 두 척을 운영하지만 기니비사우에서는 한 척 투입할 예정이다. 현지 법에 따라 배 안에 기관을 설치하지 못하고 선외기로 운영해야 한다.
이르면 올해 가을부터 시범조업을 할 계획이다. 연안어업인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지 수심은 14m 정도로 한국 연안과 비슷하다. 연안에 큰 강도 두 개 있고 86개 섬이 있어 어족자원이 풍부하다. 해저는 뻘 70%, 모래 30% 정도가 섞여 있어 패류가 잘 서식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연합회는 정치망을 운영하면서 적정 어장을 찾기까지는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소형(0.2톤) 관리선을 현지에서 건조해 투입하고 내년에는 국내에서 감척한 선박 두 척 정도를 투입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현지 어선세력이 약해 연안자원도 잘 관리돼 있다”며 “우리가 큰 배를 가져가서 바로 조업하면 안되고 현지 가공시설 냉동시설 등도 설치하고 기니비사우의 수산업이 발전하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현지 어업인들과 합작형태로 조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근해어업인들도 아프리카 어장 개척에 나섰다.
김성호 전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과 포항에서 채낚기 통발 등으로 조업하는 근해업체 한 곳은 케냐 어장에서 오징어 한치 크랩 조기 등을 조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수부도 주한케냐대사대리를 만나 협의과정을 공유했다.
김 전 회장은 “오징어 해외 어장을 개척하기 위해 케냐와 협의했고, 우리는 거의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조업구역은 현지 연근해 바다로 우리나라 원양어업과 겹치지 않는 자리이고, 케냐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케냐로 보낼 선박 두 척은 각각 89톤, 50톤급으로 모두 채낚기 통발어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케냐는 내수면 어업이 발달했고 해양어업 세력은 어선 10여척으로 열악하다. 크랩 새우 등을 잡으면 유럽이나 중국으로 수출한다. 현지에 진출하면 케냐 법인으로 조업하고 현지 법인과 이익을 공유하기로 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가 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 먼저 가서 국제규범을 지키고 조업하면 어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케냐는 세금과 일자리창출, 어선세력 확장 등 수산업발전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선을 케냐까지 보내는 일이다. 먼 거리이고, 소말리아해적 출몰구역을 지나야 한다. 어업인들은 자력항해로 가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안전한 항해를 고민하고 있다. 샐비지선(바지선)에 실어서 보내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비용이 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오만이나 탄자니아에서도 협력을 타진해 오고 있지만 케냐 진출에 대해 매듭을 지어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에 97% 치우친 원양산업, 대서양·인도양 균형 찾아야 = 아프리카에서 원양어업은 2014년을 변곡점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한국원양산업협회와 해수부에 따르면 당시 유럽연합과 미국 등에서 한국을 IUU예비 어업국으로 지정하면서 국제규범에 맞춰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하고 원양어선들도 감척했다.
1970년대 후반 라스팔마스를 중심으로 한국 원양어선이 250여척에 달했던 서부아프리카 원양어업은 2015년 감척사업 이후 트롤어선은 모두 철수했다. 다시 아프리카에 진출하려 해도 어선도, 사업경험있는 사람도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아프리카에 남아 인도양 대서양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선은 동원, 사조, 동원수산 3개사의 참치연승 11척과 참치선망 1척 등 12척이다. 선망은 세이셸, 참치연승은 인도양 공해와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남방참다랑어를 조업한다. 조업구역은 남방참다랑어가 회유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밑, 앙골라 밑 공해까지 펼쳐져 있다. 아일랜드 쪽 북위 60도 해역에서 북대서양 참다랑어도 잡는다.
신라교역은 다른 나라와 함께 가나에서 합작해서 원양어업을 하고 있다. 동원은 세네갈과 합작해서 조업한다. 원양산업발전법상 합작의 경우 지분율 50%가 넘어야 하지만 연안국들은 자기 주도권을 갖기 위해 한국보다 지분을 많이 가지려 해 합작조업의 경우 한국의 원양어업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경우도 원양어업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이를 포함하면 동원 5척(세네갈), 신라교역 7척(운반선 1척 포함. 가나)도 아프리카해역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신현애 원양산업협회 해외협력본부장(상무)은 “우리가 원양어업국인데 지금 태평양 의존도가 97%”라며 “대서양과 인도양 태평양의 균형을 위해서도 아프리카에서 현재 조업하고 있는 선단이 잘 유지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연안국 어업인들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어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계기로 수산업 협력 강화 = 정부는 올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 연안국들과 수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해수부는 5일 올해 11년째를 맞은 해양수산 국제협력 콘퍼런스를 아프리카 국가와 함께 서울 앰배서더 풀만 호텔에서 개최했다. 해양수산 국제협력 콘퍼런스는 세계 각국의 연안 도서국들과 해양수산 관련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 강화방안을 모색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는 우마로 시소코 엠발로 기니비사우 대통령, 마비스 하와 쿤순 가나 수산양식개발부 장관, 장 프랑수아 페라리 세이셸 수산청색경제부 장관 등 아프리카 주요 연안 12개국 이상의 해양수산분야 정부 부처와 유엔농업식량기구(FAO) 관계자가 참석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고 동원산업 등 해양수산 및 원양업계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가나의 마비스 하와 쿤순 장관은 “한국의 선진기술과 경험을 아프리카와 공유해 지속가능한 수산업 발전과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협력 확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니비사우의 비리아토 루이스 소아레스 까싸마 환경생물다양성기후행동부장관은 “해양은 국가간 교류와 번영의 원천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요자산”이라며 “지속가능한 해양자원 이용을 위해 과학기술 기반 조사, 인프라 구축 등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냐의 살림 무리야 광물청색경제해사부장관은 “한국과 케냐 간 해양산업·기술 협력을 기대한다”며 “해양안보 기술이전 인력양성 등 다방면 협력을 통해 해양자원 활용 역량을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이셸의 프랑수아 페라리 장관도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해양과학기술과 지속가능한 어업관행을 공유해 협력기반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이날 케이-해양경제제안(K-오션 이코노미 이니셔티브)을 통해 기후위기 등 해양위기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동반 성장을 위한 해양수산 국제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글로벌 해양수산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아프리카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연대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수부는 이날 케냐, 세이셸과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케냐와는 수산업·어촌 부문과 해사 분야 협력 강화를 통해 국내 선원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예정이다. 세이셸과는 인도양 수산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기반 조성, IUU 어업 근절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