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재건축, 꽉막힌 정비사업 활로될까
서울시, 분담금 계산·사업성 분석 지원
공사비 부담 더 커 '사업성 없다' 의견도
공사비 급등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소규모 재건축을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선다. 하지만 소규모 재건축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아 사업성이 더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11일 소규모 재건축 사업성 분석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3일까지 자치구를 통해 신청한 대상지 가운데 15곳을 선정, 내년 1월까지 현황조사·주민면담 등을 거쳐 건축계획 수립과 추정 분담금 등을 산출해 제공한다.
정비기반시설이 비교적 양호한 지역에서 작은 규모로 공동주택을 재건축하는 소규모 재건축 사업은 구역 면적이 1만㎡ 미만, 노후·불량건축물 수가 전체 건축물 수의 60% 이상이면서 기존 주택 세대수가 200세대 미만인 단지를 대상으로 한다.
소규모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환경은 나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3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을 개정해 노후·불량건축물 비율 요건을 기존 2/3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완화했다. 시 관계자는 “그간 노후도를 충족하지 못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단지도 본격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성 분석 대상지에 선정되면 법적 상한용적률 계획, 용도지역 상향 가능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건축계획을 뽑을 수 있게 된다. 또 사업 전·후 자산가치를 평가, 소유자와 주민이 신속하게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각종 데이터를 산출해 제공할 예정이다.
◆사업성 분석 거쳐 냉정한 판단할 때 = 사업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 침체 위기는 소규모 재건축도 예외가 아니다. 재건축 사업이 침체를 겪는 것은 사업성이 약화된 때문인데 소규모 재건축은 그 타격을 고스란히 입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3.3㎡당 공사비가 6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오른 상황”이라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아 원자재값 상승 여파를 그대로 받게 돼 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시가 사업성 분석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업 추진 중 갈등이 벌어지는 것을 막고 시작 전 단계에서 ‘과연 우리 단지 재건축이 실익이 있겠는지’를 먼저 따져보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시의 사업성 분석 서비스에는 ‘활성화’ 의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객관적인 사업성 분석을 통해 냉정한 판단을 거치면 오히려 신규 추진 단지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을 조절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늘어나는 신통기획 철회, 모아타운(서울시 소규모재건축 사업 방식) 지정 반대 움직임도 사업성 분석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시에 따르면 소규모 재건축의 주 대상지인 저층·노후 주택가는 고령 임대사업자가 많은데 이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임대 수입이 끊기게 된다. 여기에 분담금까지 겹치니 반대 의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모아타운 후보지로 선정된 광진구 자양4동은 주민 75.6%가 반대해 철회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 모아타운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만들어졌다. 14개 자치구, 23개 동이 참여하는 등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비대위는 서울시가 주최하는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키거나 대상지 해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이어 벌이고 있다.
또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재건축 사업은 현재 위기를 인정하고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라며 “조합이나 건설사 말만 듣고 무턱대고 추진할 경우 자산 증식은커녕 손실까지 입을 수 있는 만큼 시는 사업성 분석 서비스를 확대하고 주민들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