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교수 접촉에 출구 기대감
복지위-서울의대 교수, 16일 대화 … 정부도 의료단체들과 물밑 접촉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전면휴진을 선언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의료계 등 일부에서는 잇단 대화가 ‘의정갈등의 출구’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강대강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14일 의료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서울의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시작 하루 전날인 16일 이들과 대화에 나선다.
서울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병원으로부터 국회와의 만남을 제안받았다”며 “지금까지 우리의 요구사항을 얘기하고 국회 차원에서 도와주실 수 있는 게 있는지 물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11일 한덕수 총리에 요구사항 전달 = 서울의대 비대위는 앞서 1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휴진을 결정하면서 이들은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완전히 취소해야 한다”며 “자기결정권 박탈 시도로 현 사태가 악화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전면 휴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개원의 등 모든 직역을 포함한 ‘18일 집단 휴진’을 선언했고, 의대 교수들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도 의료계와 비공식 대화 자리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여러 의료계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와 계속 비공식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2일 보건복지부는 수련병원들에 비대면 간담회를 요청했다. 이날 수련병원 기획조정실장과 수련부장들은 복지부에 사직 전공의들이 재수련을 받을 경우 이른 복귀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풀어달라고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의견을 청취하고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지금 막 대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실무 차원에서 논의되는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휴진에 엄정대응 원칙 = 정부·국회와 서울의대 교수들의 만남이 집단휴진 사태를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할지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의과대학 한 교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휴진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국회가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자세가 아니라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을 풀어 실질적 역할을 했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의정간 ‘강대강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 요구를 청취하는 것과 별개로 휴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총 3만600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완료했다. 이날부터 집단휴진 피해 사례에 대한 피해신고지원센터의 업무 범위를 의원급까지 확대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주도의 집단휴진이 예고된 오는 18일에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당일 진료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의료계, 상황 변화 없으면 휴진 = 반면 의료계도 집단휴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의협은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서울의대 비대위 대표자 등과 함께 연석회의를 열었다.
연석회의 후 의협은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등 구체적인 대정부 요구안을 다시 정리해 14일까지 발표하겠다”면서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다면 휴진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주말까지 정부 입장 변화 없으면 집단휴진 사태를 못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앞으로 의료계가 대화 창구를 의협으로 통일하고 의협 중심의 ‘단일대오’ 형태로 정부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의협은 오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의정갈등의 핵심인 전공의들은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지 않나”라면서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안 간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대전협의 요구안은 변함이 없다”면 현재 상황에선 복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