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및 판매 중단하라"
시민단체 ‘석탄을 넘어서'
키움증권 탈석탄 선언 및
증권사들 탈석탄 이행 촉구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1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하는 17일,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앞에서 삼척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인수와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석탄을 넘어서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6개 증권사(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를 대상으로 △삼척블루파워와의 총액인수확약 계약 내역을 공개하고, △이를 포함한 신규 석탄채권 발행을 중단하고 △총액인수확약 계약 연장 및 신규 계약 논의를 중단하고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행위 및 이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자 모집 등의 일체 행위를 중단할 것 등 4개 사항을 요구했다. 또한 6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지 않은 키움증권에 대해서는 탈석탄 금융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나머지 5개 증권사에 대해서도 기존 탈석탄 선언에 부합하는 석탄발전소 채권에 대한 인수 및 판매 등의 금융제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삼척블루파워를 상대로 오는 9월 상업운전 예정인 2호기 계획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또 포스코그룹을 비롯한 관련 기업, 산업은행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 정부, 국회를 향해 삼척석탄발전소가 지역사회 및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재무적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운영 중단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삼척블루파워는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로 2018년 착공을 시작해 당초 예정보다 수개월 지연된 지난 5월 1호기의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하지만 동해안 지역의 송전망 제약으로 인해 실제 전력 생산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위기 심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한 석탄화력발전소는 실상 전기를 생산하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있다. 사업주인 포스코 그룹에서도 매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삼척블루파워의 좌초자산 위험이 반영되어왔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총 4.9조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약 1조원이 조달되지 않은 상태로 본 공사에 착수했고,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2019년부터 9회에 걸쳐 총 1조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왔다. 그러나 기후대응 기조에 따라 건전하고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은 점점 삼척블루파워를 외면해왔다.
삼척블루파워는 1500억원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6개 증권사는 2018년 삼척블루파워와 5년 간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LOC)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인수확약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미매각에 그쳐도 해당 회사채 물량을 6개 증권사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소화해야 한다. 이들 증권사는 기관투자자들이 기후위험을 인지하고 삼척블루파워 투자를 외면하자 미매각된 채권을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데 열을 올려 왔다. 증권사들은 연 4회로 지급되던 이자 지급 주기를 12회로 조정했고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소매금융 시장에 적극 판촉하는 등 기후리스크를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22년부터 0.15%이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인수 수수료율은 0.2%로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주관사가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수수료로 거둔 수익은 오히려 30% 가까이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현재까지 석탄 투자 배제 방침, 즉 탈석탄 금융 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5개 증권사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해 놓고도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의 사업을 완성케 하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석탄을 넘어서’는 “그동안 삼척블루파워의 좌초자산 위험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포스코그룹을 포함한 관련 기업과 산업은행 등의 재무적 투자자, 발행주관사인 증권사들은 이를 부정하고 사업과 금융지원을 지속해왔다”며 “하지만, 발전소는 정작 운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6개 증권사들은 국내 대표 증권사로 기후위기에 따른 위험을 인식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조속히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이행해 석탄 채권의 폭탄 돌리기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