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북러관계로 보는 한반도 지정학

2024-06-20 13:00:02 게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다. 2022년 발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국제정세가 복잡해진 가운데 북러관계 변화가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회담 내용이 공개된 것은 없지만 푸틴 방북의 배경적 함의를 살펴보면 이번 정상회담과 한반도 지정학적 구도 변화를 들여다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전개된 북러간 관계 변화는 상호적인 전략적 지지와 실무적 협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러시아에 전략적 정치적 지지를 보냈다. 예컨대 2023년 1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러시아와 항상 한 전호(참호)에 서있을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6월 임천일 외무부상은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의 면담에서 러시아 지도부가 내리는 임의의 선택과 결정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후 북러간 교류가 빈번해졌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으며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북한은 반제 자주를 강조하며 북러간의 “불패의 전우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를 언급했다. 특히 쇼이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는 국방안보 분야 관련 문제들이 논의되었다.

양자간 실무적 협력관계도 확대됐다. 특히 2023년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단이 주로 국방과 과학기술 분야 담당자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에서 이 분야 교류를 우선적으로 희망했음을 보여준다. 최근 북한의 방러 대표단을 보면 경제협력도 중요한 협력 내용으로 거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정학적 갈등 속 북러관계도 새 단계로

북러간 전략적 협력관계에서 무엇보다 지정학적 요인들이 강조되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임천일 외무부상은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비난하면서 “북러관계는 제국주의자들의 군사적 위협과 간섭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보루이며 전략적 지탱점”이라고 언급했다.

1주일 후 최선희 외무상도 담화를 통해 “북러관계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지만 만약 한미일의 집요한 불안정 행위로 인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면 마땅히 이를 견제하기 위한 강력한 전략적 안정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 외무성은 2024년 1월 최선희 방러 결과를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를 토대로 북러관계를 전방위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는데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회자되고 있는 양자 간 새로운 조약 체결 가능성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이런 맥락에서 6월 18일 북한 노동신문은 푸틴 대통령 방북을 앞두고 사설을 통해 북러관계에 대해 ‘국제평화 수호를 위한 믿음직한 전략적 보루, 견인기’로 규정했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노동신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는 북한과 함께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도를 건설해 나갈 것’이라 천명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날로 강화되는 와중에 러시아라는 강력한 우군 확보는 북한에게 있어서 전략적으로 상당히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발목 잡힌 러시아도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유리한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동북아 지역에서의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서 북러간 전략적 관계도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다행히 한중 외교안보 전략대화가 이 즈음에 개최됐다. 이는 어디까지나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막기 위해 한중관계 관리와 개선에 집중했던 중국 외교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무엇보다 한중 양자관계의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중관계는 동북아 지역에서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구도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양자관계이고 양국 모두 동북아 신냉전구도의 수혜자가 될 수 없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신냉전 구도 제어할 한중관계 안정성 중요

그런데 한국 여론은 이번 한중 외교 안보 전략대화에 대해 ‘북러관계 견제용’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여전히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한편으로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대중관계 개선을 북러관계 견제로만 접근한다면 한중관계 발전은 여전히 커다란 제약을 받을 것이다.

국제적 갈등이 심화되는 때일수록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가치를 강조하고 또한 이에 상응한 노력이 기울어져야만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중추국가가 될 수 있다. 동북아 지정학적 구도 변화에 대한 보다 냉철한 분석이 필요한 중대한 시점이다.

퍄오둥쉰 연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