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AI와 제조업, 그리고 노동의 미래

2024-06-21 13:00:00 게재

인간이 하는 일을 로봇이 대체하고, 그 결과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가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고조되고 있다.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대화형 AI 챗봇 챗GPT를 공개한 이후 챗GPT3 버전이 나오면서 기계가 인간의 손과 근육뿐 아니라 두뇌마저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자동화로 은행 업무 일자리 66%가 사라질 수도

국제통화기금(IMF)이 17일(현지시간) AI 확산이 대규모 실업을 부를 가능성을 심각히 경고했다. 생성형AI가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공공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지만 대규모 노동 혼란과 불평등 심화 등 심각한 우려를 초래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AI로 인해 고숙련 직종에서도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수 있으며, AI를 장착한 지능적인 로봇이 등장하면 블루칼라 일자리의 자동화로 이어져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19일(현지시각) AI 확산에 따른 금융분야 변화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씨티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분야 중 은행이 AI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분야로 꼽혔다. 은행 업무 자동화로 최대 66%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로 인한 업종별 자동화 비율 전망은 보험이 48%로 은행 다음으로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에너지(43%), 자본시장(40%), 여행(38%), 소프트웨어·플랫폼(36%) 등의 순이었다. 소매(34%), 커뮤니케이션·미디어(33%), 공공서비스(30%), 자동차(30%) 업종도 AI에 의해 사무자동화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주요 은행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도이체방크 등은 AI에 기반한 고객 자산 관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BofA는 금융 자문 애플리케이션인 ‘에리카’를 도입했고 JP모건은 오픈AI 모델을 활용한 투자상품 추천 서비스인 ‘인덱스 GPT’를 출시했다. 도이체방크는 AI로 부유층 고객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골드만삭스는 금융계약서를 작성할 때 AI를 활용해 금융규제를 자동으로 반영한다. ING그룹은 잠재적 부실을 조사하는 데 AI를 이용한다.

과거 자동화의 담론들은 주로 육체노동(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절약하는 기술들에 관한 것이었지만 챗GPT3 이후로는 법조인 회계사 금융인 교사 리포터 저널리스트 등이 속한 화이트칼라 일자리 등이 위협받으면서 AI 미래에 대한 전문직들의 두려움이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산업혁명 이후 자동화는 계속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진 일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가 생성형AI 붐을 타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거대 기술기업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3대기업’으로 등극하면서 AI산업을 대거 재편하고 있는 것을 보면 4차산업혁명형 제조업의 미래를 낙관해볼 수도 있다. 엔비디아 총마진은 2023년 60%에 이어 2024년 74%, 2025년 7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 애플리케이션은 향후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 51%, 헬스케어 13%, 금융 10% 등에 적용되면서 산업의 지형을 새롭게 바꿀 것이다. 빅테크의 거대한 데이터센터에 이어 글로벌 전력 관련 산업에 새로운 붐을 형성하고, 구리를 비롯 원자재산업에 신르네상스를 불러왔다. 아울러 나노단위 반도체 파운드리와 패키징,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을 발전시켰다.

제조업은 여전히 기술혁신의 근원지

제조업은 아직까지 가술혁신의 가장 주된 근원지이고 노동의 미래이기도 하다. 금융 운송 경영 서비스 등 제조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고생산성 서비스 부문은 제조업 부문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공산품을 경쟁적인 가격과 품질로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한 나라의 고용과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일자리에 끼치는 AI 자동화의 영향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새로운 미래를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실업보험 제도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하며, 이같은 완충장치 마련을 위한 재원은 AI 적용과 생산성 향상에 따른 주가상승, 기업 이윤 증가 등에 따른 새로운 부의 확대를 통해 조달할 수 있지 않을까.

안찬수 오피니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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