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망치 들고 위협하는 악성 민원인들
국민권익위, 중앙·지자체·교육청 등 실태조사
문자폭탄, 살해협박, 신상공개 좌표 찍고 괴롭혀
‘칼, 드라이버 등 흉기 소지하고 방문해 관련 민원 연간 1천건 이상 제기’ ‘10개월간 지속된 반복 민원으로 담당자가 신체마비증세’ ‘민원 안 받아들여지자 유튜브에 담당공무원 신상공개 후 단체 회원들에게 항의전화 독려’ ‘필요 서류 많다고 주먹 휘두르며 죽이겠다고 위협’
상습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폭행·협박 등을 하는 악성민원인이 지난 3월 기준 2784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3~5월 중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권익위는 지난 3월 김포시 공무원이 악성민원인에게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조사에 나섰다.
권익위가 2일 공개한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악성민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상습반복 민원이었다. 업무당당자 개인 전화로 수백통의 문자를 발송하는 등 담당자를 괴롭히는 유형이 악성민원 중 48%(1340명)를 차지했고, 살해 협박이나 책상을 집어던지는 등의 폭언·폭행 유형이 40%(1113명)였다.
그 외에도 담당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해 항의전화를 독려하거나 신상을 공개해 ‘좌표찍기’식 괴롭힘을 하는 유형도 6%(182명)로 집계됐다.
기관별로 보면 중앙행정기관들은 상습반복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가 75%로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에선 특정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는 민원을 100회 이상 제기하는 악성민원인 사례가 조사됐다. 법무부에선 가석방 불허에 대한 불만 등으로 정보공개 1000건 이상을 청구하는 민원, 국방부에선 자신이 조선시대 궁녀였으며 자신이 보유한 전재산을 일본 천황이 모두 가져갔다는 주장을 하며 기사와 사진 등을 50회 이상 발송하는 경우가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상습반복 민원보다는 폭언·폭행 유형의 악성민원을 더 빈번하게 접하고 있었다. 경상남도에선 칼과 드라이버 등 흉기를 소지하고 방문하는 경우, 울산 울주군에선 낫과 망치 등을 소지하고 민원을 제기한 경우, 경남 양산시에선 복지 수급 관련 항의를 하다가 칼을 소지하고 난동을 부린 경우가 조사됐다.
권익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기초로 유형별 악성민원 대응방안을 관련 기관과 공유하고 협의할 예정이다. 오는 11일 예정된 악성민원 대응 연수회에선 각 기관의 악성민원 대응 역량도 높일 계획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