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중개수수료 인상 ‘후폭풍’
외식업주 반발 속 음식값 인상 우려 … "모기업 독일 DH만 이익" 비판
배달의 민족이 배달 중개수수료를 전격 인상키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외식업계는 수수료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수수료 인상으로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음식배달 앱 배달의민족은 “다음달 9일부터 배달 중개 수수료를 9.8%(부가세 별도)로 3%p 인상한다”고 10일 밝혔다.
배민 배달 수수료는 쿠팡이츠와 동일해진다.
앞서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피터얀 반데피트 대표는 10일 사내 구성원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배민앱 개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 외식업계는 벌써부터 반발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호소해 온 외식업주들은 분노에 가까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현재 배민 배달 중개 수수료는 6.8%다. 배민은 ‘배민1’ 상품 프로모션을 2022년 3월 종료하고 그때부터 음식값의 6.8%를 수수료로 부과해왔다. 다음 달부터 외식업주는 배달요금을 부담하는 것과 별도로 배민에 주문 중개 이용료로 음식값의 9.8%를 내야 한다. 부가세를 합치면 10.8%에 이른다.
예컨대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한다면 외식업주가 중개 수수료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만 2160원이다. 배달비와 카드 수수료도 따로 지급해야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에서 도시락 배달 전문점을 하는 최 모씨는 “배달 최소 주문 금액 2만원어치를 판다고 하면 지금도 6.8% 수수료와 배달비를 빼고 1만5100원이 남고 거기서 수도·전기료, 임차료를 빼면 남는 게 없다”면서 “지금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하는데 수수료를 더 올리는 것은 한참 잘못된 것으로 플랫폼 기업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외식업주 카페에서 일부 업주는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이번 수수료 인상이 수익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배민은 무료배달 혜택이 있는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을 다음달 9일부터 유료화(월 정상요금 3990원)한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일 이국환 대표가 사임했다는 소식을 갑작스럽게 발표하자 이 전 대표가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로부터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으면서 갈등을 빚다가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DH는 최근 큰 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 7일 알려지면서 DH주가가 한때 17%나 하락하기도 했다.
DH는 배민 인수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000억원 넘는 배당금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 연결기준 매출은 3조4155억원으로 전년(2조9471억원)보다 15.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4241억원) 대비 65%나 늘었다. 수수료 인상에 따른 수익 확대로 모기업 DH 미래손실을 상쇄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모기업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다만 배민은 배달 수수료 인상과 함께 업주 불만을 달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다음 달 9일부터 개편해 배달 수수료 인상과 동시에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추기로 했다. 서울 지역 업주 부담 배달비는 2900원으로 300원 낮아진다. 포장 주문 중개 이용료(6.8%)는 내년 3월까지 50% 할인한다.
배민은 이달부터 신규 업주 대상 포장 수수료를 유료화하기 시작해 업주들 불만을 샀다.
고병수 기자 ·연합뉴스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