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월 대선 전 금리 인하 반대…해서는 안 될 일”

2024-07-17 13:00:09 게재

금융시장의 9월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

파월 임기보장 … 다이먼 재무장관 고려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전 금리 인하는 해선 안 될 일이라며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금융시장이 9월 이전 금리인하 확률을 100%로 반영하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뉴욕 3대 증시가 급등한 날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2028년까지인 임기를 마치도록 두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를 존경한다면서 그를 재무부 장관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Fiserv Forum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 2일차에 도착했다. 사진 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선 전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이 선거 전에 금리를 인하해 경제를 부양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에너지 비용을 낮춰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대선 전 연준의 금리인하 조치가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공화당은 11월 대선 이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중 금리가 낮아져 가계 부담이 줄어들 경우, 각종 경제 지표들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게 돼 현 집권 세력이 공을 가져간다는 논리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준 금리 인하는 정치적 일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가 금리 이하에 강경하게 제동을 걸 경우 파월 의장이 이를 무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는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연준 의장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임기를 채우게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이는 과거 발언과는 다른 결이라 주목받는다. 지난 2월만 해도 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파월 의장)가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금리를 낮춘다면 아마도 민주당을 돕기 위한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치적인 그를 의장으로 재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인 지난 2018년 2월 연준 의장에 취임했으나 통화정책을 놓고 트럼프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1.5~1.75% 범위까지 금리를 3차례 내렸음에도 금리가 낮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하며 연준에 추가 금리인하를 압박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전기차 확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전기차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일론(테슬라 최고경영자)은 환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매우 비싸고 무겁다”면서 “이런 전기차에 그들은(바이든 행정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RA의 전체나 일부를 폐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직답은 하지 않으면서 “IRA는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않고 높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뉴욕 증시는 9월 금리인하 기대감에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16일(현지시간) 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 가까이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을 다시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42.76포인트(1.85%) 오른 40,954.4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5.98포인트(0.64%) 오른 5,667.2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6.77포인트(0.20%) 오른 18,509.34에 각각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S&P 500 지수도 4거래일 만에 최고가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이날 다우지수 상승 폭은 지난해 6월 2일(2.1%)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그동안 기술주가 강세를 주도하던 뉴욕증시는 경기에 민감한 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도 3.5% 오르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소형주는 대형주와 비교해 통상 경기변동에 민감한 성향을 보인다.

미 연준이 9월 이전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위험자산 선호에 불을 붙였다.

미 금융시장은 지난주 6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9월 이전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연준이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확률을 0%로 반영했다. 1주일 전만 해도 금리선물 시장은 9월 금리 동결 확률을 27%로 반영하고 있었다.

미 국채 수익률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16%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7bp(1bp=0.01%p) 하락했다.

이는 지난 3월 13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 금값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또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금 선물 가격 종가는 온스당 2467.80달러로 전장보다 1.6% 상승, 지난 5월 20일 이후 2개월 만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면서 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감세 및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이른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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