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수락 연설 키워드는 ‘통합’
가족 총출동 공화당 전당대회 피날레 … 폭스 “미국의 단합 여러차례 언급할 것”
마이클 와틀리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은 “이제 이 쇼를 시작해보자”며 마지막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와틀리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이 전당대회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오늘 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강력한 손길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차남 에릭이 찬조 연설을 한다. 또 부인 멜라니아, 장녀 이방카 등 다른 가족도 총출동할 예정이다. 극우 논객 터커 칼슨, 격투기 단체 UFC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나 화이트,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등도 지지 연설에 나설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달 TV토론의 승세 뒤 간발의 차이로 위기를 넘긴 피격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전반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상태다. 대선 승리를 좌우할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가 나타난 가운데, 전당대회 지원 연설에 나선 인사들은 민주당 진영에 대한 공격보다는 공화당 진영을 넘어선 외연 확장, 미국 전체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CNN, NBC, 폭스뉴스 등 방송사들의 현장 인터뷰에 응한 공화당원 및 대의원들도 마찬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사흘간의 전대 과정에서 공화당이 ‘미국의 통합’을 앞세운 ‘트럼프의 공화당’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는 피격 사건 이후에 바이든 정부에 대한 고강도 비판은 빼고 통합 위주로 연설문을 새로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 연설문에 대해 “매우 터프한 연설을 모두 준비해 놨다. 부패하고 끔찍한 행정부에 대한 것으로 진짜로 좋았다”면서도 이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연설문과 관련해서는 “나는 우리나라를 통합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폭스뉴스는 이날 공화당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은 지난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 이후 미국 사회의 단합에 초점을 맞춘 내용들이 여러 차례 다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연설이 한 시간 이상의 분량이라면서 “트럼프는 연설에서 ‘현 정부’나 ‘현 지도부’를 여러차례 언급할 것이지만 ‘바이든’의 이름은 전혀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본인도 17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나는 우리나라를 통합하고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연설에서 자극적이고 거친 언어로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이나 자신을 4차례 형사 기소한 사법 당국 등을 공격하기보다는 자신의 과거 재임 성과와 정책 비전, 공약을 중점적으로 제시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자고 미국 국민에게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 우선주의 및 힘을 통한 평화로 요약되는 대외 정책, 보편 관세와 중국에 대한 고율 추가관세 부과 등을 핵심으로 하는 통상 정책, 감세 위주의 경제 정책, 불법 이민 및 범죄 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자신의 정책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 후보도 전날 수락 연설에서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없다”면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과 보호무역주의 방침을 강조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한편, CBS방송은 이날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등록 유권자 2247명을 대상으로 지난 14~16일 조사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2%로, 47%를 기록한 바이든 대통령을 5%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이전인 지난달 3일 조사와 비교하면 트럼프 지지율은 2%포인트 상승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1%포인트 하락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