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한 대표 비공개 회동, 당정현안 이견 봉합?
집무실서 1시간 30여분 …‘전대만찬’ 엿새 만에
"당직개편, 대표 알아서" 채 상병 특검 얘긴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공개 회동을 했다. 엿새 전 열었던 전당대회 관계자 초청 만찬 이후 대통령과 당대표의 ‘독대’ 여부에 관심이 모이자 한 대표를 따로 불러 추가로 당정화합을 다진 모습이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국무회의가 끝나고 11시쯤 집무실에서 한 대표를 1시간 30분가량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1일 “(두 사람이) 덕담과 조언을 많이 나누고 과거 법조인 시절 때의 회고담을 특히 오래 나눴다”며 “분위기가 매우 좋았고 각자 점심약속 시간까지 미룰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당직인선이 다 끝나고 조직 셋업이 되면 새 당 지도부를 따로 관저 만찬에 초대키로 했다”며 이날 회동에 대해 “당에서도 원했고 서로 마음이 닿아서 만난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밖에도 한 대표에게 "정치에서는 결국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서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직의 취약점을 강화해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가기를 바란다,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는 "대통령님 걱정 없이 잘 해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동이 당정화합 기조의 연장선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특별한 현안 이야기는 없었다”며 “구체적인 협의는 참모들끼리 하면 될 일이고 대통령-당대표는 큰 그림에 대한 공감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 만찬이 전당대회에서 나왔던 여러 잡음과 앙금을 녹이는 자리였다면 이번 회동은 대통령이 당대표의 격에 맞는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당정 현안에 대한 대화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위의장 등 주요당직 인선이나 채 상병 및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대응을 놓고 당정이 다소간의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직 개편 관련해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왔지만 대통령이 '당 대표가 알아서 하시라'고 말해서 다음 모임을 또다시 기약했다"고 전했다. 제2부속실 설치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24일 전당대회 관계자 만찬 때 한 대표에게 “리더십을 잘 발휘해 당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참석자들에게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동훈 대표를 잘 도와줘야 한다”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주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회동 직후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설치를 최종결심했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도 한결 열린 태도를 보인 점은 당정관계 접근의 청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