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균열 키우는 용산발 ‘이중 신호’

2024-08-02 13:00:01 게재

김 여사 문자, 비서실장 당직 의견

“한동훈 견제 노림수? 역효과만 나”

“한 주변서 당 장악 위해 분란조장”

여당을 향한 용산 대통령실의 ‘신호’가 일관되지 못해 가뜩이나 예민한 당정관계에 잇따라 균열이 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 불개입’ ‘당정화합’을 거듭 강조해도 진의를 의심케 하는 용산발 메시지들이 이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것.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당대회 후 만찬에 이어 지난달 30일 오전 1시간 30여분의 비공개 회동으로 당정화합 의지를 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그러나 1일 정책위의장 교체 문제를 놓고 당내 신경전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30일 저녁 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정점식 의장 유임’ 의견을 낸 사실이 알려져 찬물을 끼얹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30일 회동에서 한 대표에게 “(당직 인선은) 당 대표가 알아서 하시라”며 개입하지 않을 뜻을 밝혔는데 이와 상반된 메시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한 대표 측이 사퇴요구를 하고 결국 정 의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사태는 매듭지어졌지만 윤-한 회동으로 고조됐던 당정화합 기대는 한풀 꺾였다.

앞서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앞두고 돌출됐던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당무 불개입’ 원칙을 일관되게 밝히며 전대와 거리두기를 했지만 김 여사의 명품가방 대국민사과가 한 대표의 무시로 불발됐다는 취지의 문자가 고스란히 공개된 것은 전대개입이라는 비판을 낳았고 역풍으로 이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여부를 떠나 문자논란도, 정책위의장 논란도 한동훈 대표 견제를 노린 것처럼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의도된 것이라면 모두 역효과를 낳았다는 게 역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주변과 한 대표 측은 서로에 대한 불신만 깊어가는 모습이다.

친한 성향의 여당 관계자는 “여사 문자 논란이 친윤계 핵심 의원실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정책위의장 거취 문제도 누군가의 의중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친윤계가 윤 대통령 아닌 김 여사를 업고 가는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는 판”이라며 “대통령과 대표가 아무리 노력해도 주변에서 뜻을 왜곡하고 혼란을 키우면 답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정책위의장 교체 논란과 관련해 “평소 한 대표와 알고 지내던 정 실장의 사견을 한 대표 측이 견강부회한 것”이라며 “정책위의장 유임이 윤 대통령의 의중이었다면 당직인선에 대한 그의 입장을 용산에서 굳이 먼저 발표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표 주변에 당 장악을 위해 불필요한 분란을 조장하는 그룹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