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자영업 플랫폼, 협동조합 형태로 전환할 수 있게 하자

2024-08-06 13:00:00 게재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티메프의 미정산 판매대금 규모는 7월 31일 기준 2745억원이다. 8월 2일 열린 티메프 사태와 관련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 회의에서는 이 규모가 1조원 가까이로 불어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아직 정산기일이 도달하지 않은 6~7월분 거래액을 고려하면 피해액이 3배 이상 늘어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품권, 공연업계, 농식품 판매업계, 휴대폰 소액결제 등에서는 아직 피해액이 파악되지도 않았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신용보증기금 및 기업은행의 보증부대출 프로그램을 동원하기로 한 것도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2000년대 중반 웹2.0이라고도 불리는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이 출현하고 개인 미디어공간을 중심으로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확장되면서 사회적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자영업 문제를 주제로 삼은 연구자 모임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플랫폼 경제의 확장은 오프라인(offline) 자영업에게는 분명한 위협요인이다. 동시에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상대하기 위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를 위한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4차산업혁명시대의 자영업 해법으로 활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플랫폼 사용자인 자영업자와 플랫폼 운영자간에 발생하는 이익 불균형문제다.

협동조합의 플랫폼 운영 드문 사례 아니야

플랫폼 독점력이 강해질수록 운영자의 사용자에 대한 지배력이 강해지게 돼 있다. 이럴 경우 필연적으로 운영자의 독점이윤을 위해 순위조작을 하거나 수수료를 올려 받음으로써 사용자의 이익은 침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플랫폼은 생존을 위해 독점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사용자는 운영자에 대해 협상력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티메프가 정산일에 대한 규정이 없는 전자상거래법의 맹점을 이용해 정산을 2개월 넘게 미루면서 그 자금을 유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근본적으로 협상력 차이에 기인한다. 플랫폼 사용자인 자영업자는 운영자에 대한 협상력이 약할 뿐 아니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법률적 허점을 보완할 정치적 협상력도 없다. 생계형 자영업은 이익을 옹호받을 수 있는 어떤 정치적 사회적 세력도 없다. 이런 면에서 중소기업보다도 훨씬 약자다.

이때 나오는 아이디어가 자영업 플랫폼을 자영업자가 출자하는 협동조합형태로 만들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협동조합이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아이디어가 생소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례가 드문 것만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 5월 22일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트위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기된 ‘트위터를 인수하자(#BuyTwitter, #WeAreTwitter)’ 캠페인이 있었다(관련 국내보도는 https://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4554.html 참조). 미국증권감독위원회(SEC)가 트위터 주주총회에서 ‘협동조합 전환방안 연구’를 정식 안건으로 다룰 수 있도록 했고, 애초 3% 이상의 지지를 목표로 했었는데 결과는 4.9% 지지를 얻었다. 당시 모델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협동조합 통신사 AP(Associated Press)였다.

이용자를 출자자로 하는 협동조합방식은 플랫폼 운영회사와 참여 이용자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해충돌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운영자와 이용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배달앱이 이용자 감소로 폐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용자를 출자자로 참여시킴으로써 제대로 활성화시킬 수단이 생기게 된다. 플랫폼을 통한 사회세력화도 가능해 질 것이다.

플랫폼 소유구조 근본적 변화 꾀할 때

650만~700만명을 헤아리는 자영업자와 그 종업원과 가족까지 생각해 보면 1000만이 넘는다.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티메프 사태는 자영업이 혁신의 피해자가 된 전형적인 사업방식이다. 자영업이 플랫폼 경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플랫폼 소유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꾀해 볼 때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으로 알려진 경험칙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경제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와 잠재적 사고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경험칙이다. 이번 티메프 사태가 그 대형사고일지 아니면 더 큰 대형사고를 예고하는 경미한 사고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에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와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