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휴가 때마다 악재…올해도 어려운 ‘방학숙제’

2024-08-06 13:00:25 게재

2022년 - ‘만5세 입학’ 논란에 교육장관 사퇴 … “국민 뜻 잘 받들겠다”

2023년 - 폭염 속 잼버리 부실논란에 태풍 ‘설상가상’… 휴가 조기복귀

2024년 - 의정갈등·여사 리스크·거부권 얽히고설켜 … 정국구상 촉각

윤석열 대통령의 여름 휴갓길이 3년째 편치 못하다. 휴가철마다 돌출된 악재에 차분한 정국구상이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극악의 대야관계 속에서 중첩된 난제들을 휴가복귀 후 어떻게 풀어나갈지 촉각이 모인다.

윤석열 대통령, 여름휴가 중 통영중앙시장 방문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남 통영시 통영중앙시장을 찾아 상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취임100일 앞두고 고개숙여= 윤 대통령은 취임 첫 해 대통령 부부 주변 인사 이권개입 의혹,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내부총질’ 문자논란 등 여러 악재들 속에서 8월 첫 주 휴가를 보냈다. 정점을 찍은 것은 교육부의 ‘만5세 입학’ 정책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이 학제개편안은 철회됐지만 후폭풍이 컸다. 취임 100일을 앞둔 상태에서 불거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비판과 맞물리면서 국정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했다.

윤 대통령은 휴가복귀 후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제가 국민들에게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휴가가) 지난 선거 과정, 또 인수위, 취임 이후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며 “돌이켜 보니까 부족한 저를 국민이 불러냈다. 어떨 때는 호된 비판으로, 또 어떨 때는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국민들게 감사하는 마음을 먼저 다시 한번 갖게 됐다”고도 했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국민을 더 세심하게 받들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라”고 당부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도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면서 “중요한 정책과 개혁 과제의 출발은 국민의 생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민심수습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자진사퇴로 마무리됐다.

◆‘나라망신’ 위기 수습 우여곡절= 지난해 휴가의 악재는 ‘날씨’와 ‘잼버리’로 요약됐다.

그해 여름 폭염 속에서 개막된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는 나무 한 그루 없는 뻘밭에 마련된 야영지에서 행사를 시작할 때부터 파행이 예고됐다.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땡볕 아래서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잇따라 쓰러지고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조기퇴소하는 가운데 태풍 ‘카눈’의 북상까지 예보됐다.

윤 대통령은 휴가 첫 날인 8월 2일을 잼버리 개막식 참석으로 의미 있게 시작했지만 곧이어 이어지는 파행 소식들에 휴가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복귀했다.

비상대책반을 꾸린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 6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대회 현장상황을 보고받고 “무더위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살펴달라” “서울과 평택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달라”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주문했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재계, 지자체까지 나서서 참가자들의 숙박,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뺐고 우여곡절 끝에 수습됐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올해 4월 발간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독립 검토 패널 보고서’에 잼버리 파행 원인을 우리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달 말 현안 입장 발표 예고= 윤 대통령의 올해 여름휴가는 총선참패 후 극악으로 치닫은 대야관계 속에서 누적된 문제들이 고스란히 숙제로 남은 상황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논란들을 비롯해 방송4법·노란봉투법 등 주요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부담,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의정갈등 등 과제들이 산적했다.

윤 대통령은 휴가기간 정권 후반기 정국구상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직접 기자들과 만나 하반기 국정 운영과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5일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윤 대통령이 직접 소통에 나설 수 있다”며 “주제나 형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전처럼 대통령 브리핑 후 회견이 이어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국정 현안을 설명하는 ‘국정 브리핑’ 후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국내 곳곳을 옮겨 다닐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선 “여름휴가는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면서 무엇보다 지역 경제 활기가 살아나는 좋은 기회”라며 국무위원들도 휴가를 쓰라고 당부한 바 있다.

5일에는 통영 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3월 ‘제12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 참석차 방문한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남색 대한민국 해군 티셔츠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이날 수행 인원을 최소화해 약 1시간가량 시장에 머물며 상점 수십 곳을 돌아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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