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선탄핵 후조사’… 이사 불법선임 증거 확보 주력
야당 단독 과방위, 방통위 회의록·문서·속기록 검증
탄핵 사유인 ‘2인 의사결정 불법성 확인’에 초점
9일 청문회에서 이사 선임과정의 불법성 쟁점 예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상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과 관련한 사실상 ‘탄핵조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일단 이진숙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탄핵’절차를 마무리 한 뒤 현장검증, 청문회를 통해 위법성을 확인하는 2단계 탄핵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6일 과방위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에 있었던 회의에서 83명의 이사후보 심사를 2시간도 안 돼 마무리하는 과정을 문서로 볼 예정”이라며 “이사 후보 접수 기간이나 추진 경과, 방식, 의사결정 내용 등을 포함해 서류를 통해 적법성 여부를 따져보려고 한다”고 했다.
국회 과방위 야당 위원들은 지난 2일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현장 및 문서 검증의 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날 방송통신위원회 정부과천청사 현장을 찾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이 담긴 내부 문서, 속기록, 회의록 등을 확인하는 현장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의원은 “이 위원장 탄핵사유 중 핵심은 2인 체제로 중요한 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이라며 “이번 현장검증과 이를 통해 9일로 잡힌 청문회에서 불법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에서 제시한 탄핵사유는 모두 4가지다. 이중 핵심은 피소추자인 이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임명한 2명의 상임위원만으로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과 임명을 강행한 점이다.
탄핵소추안에서는 “임명된 당일에 회의를 소집하고 피소추자를 포함한 방통위 상임위원 2인만 참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과 임명 안건을 의결했다”며 “2인 구조로 의결한 행위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하고 상임위원 2인 이상의 요구로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하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 자신에 대한 기피신청에 대해 스스로 참여해 기각 결정한 점도 제기됐다.
또 문화방송 간부 재직시 직원 사찰, 합법 파업자에 대한 대량 해고와 징계, 문화방송 민영화 시도 등의 의혹들을 제시하며 “방문진의 이사를 임명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현저함에도 회피하지 않고 회의를 소집해 방문진 임원 후보자 선정과 임명에 관한 안건을 의결했다”고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2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1시간 40여분 만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83명의 후보 중 13명의 이사를 선임한 과정에서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별도의 후보압축과정과 토론 없이 7~8차례의 투표로 이뤄졌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검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통상적이지 않다’거나 ‘합리적인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명확한 불법을 찾아내진 못했다.
현장검증과 청문회는 ‘불법성’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 출신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보복기소 의혹을 받고 있는 안동완 검사에 대해 탄핵조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는 바람에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인용을 받아내지 못하고 기각됐다는 평가가 있다”며 “탄핵조사 과정은 탄핵소추 이전에 위법사항을 확인하고 대국민 여론전을 펼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과방위는 오는 9일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증인으로는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서기석·권순범·정재권 KBS 이사 등 28명이 채택됐다.
김현 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국회에서는 탄핵의 절차”라며 “2명이서 결정한 것은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이미 2건에 걸쳐서 법원이 판단했던 점이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