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청약광풍의 사회경제적 의미
지난달 29일과 30일에 걸쳐 700만명 가까운 국민이 청약홈에 접속해 294만여명이 1가구 무순위 청약을 했다. 당첨 시 로또 수준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데다 청약통장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관심이 뜨거웠다. 최근 금리인하 기대 등으로 이러한 현상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청약광풍의 배경과 경제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동안 근로소득의 낮은 증가와 빠르게 상승한 물가로 인해 발생하는 실질소득 정체가 이와 같은 로또 분양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될 수 있다. 더욱이 SNS가 일상화되면서 ‘보여주는’ 삶에 익숙한 국민에게 일부 계층의 높은 생활·여가수준은 상대적 격차감을 확대해 한방이 있는 로또청약에 대한 관심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경제주체들 ‘활동하기’보다 ‘소유하기’에 집중
다음으로 로또라 불릴 정도의 막대한 시세차익은 사람들의 실제 근로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얻는 불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활동하기’보다는 ‘소유하기’에 보다 큰 경제적 의미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사람들은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적 활동보다 불로소득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자산을 소유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경제주체의 소득창출과 같은 ‘활동하기’보다는 ‘소유하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경제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올 6월까지 대졸 비경제활동인구 수가 406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만여명 늘었고 이는 관련 통계지표가 집계된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상태의 사람으로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할 뜻이 없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20~30대 계층은 68만명으로 이 역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역대 최고치다. 저출산 고령사회의 영향으로 청년인구는 지난해보다 줄었음에도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는 오히려 늘었다.
우리 사회의 중심인 청년층을 중심으로 그냥 쉬는 것이 늘고 로또 청약 열풍이 일어난 것은 사회가 ‘활동하기’보다는 ‘소유하기’로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불로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 소유가 제조나 수익 창출보다 경제적 의미가 있는 사회에서 개인들에게 자산 확대와 같은 몸집 불리기는 필수불가결하게 느껴지게 된다.
더욱이 뒤처짐에 대한 두려움은 자산 ‘패닉바잉’을 초래하고 충분한 현금흐름이 존재하지 않은 청년층은 영혼까지 끌어모은 빚 투자가 발생하게 된다. 소득이 자산증가세보다 낮은 상황에서 사람들의 목표는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고 이들은 정책당국과 은행의 금융 지원으로 부채를 쉽게 조달하여 자산 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사람들의 대차대조표는 자산 부채 양쪽으로 부풀려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자산가격 변동과 금리 변동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거시경제적 변화에 경제여건이 좌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자산가격 변동성 커지며 대차대조표 경제위기 가능성
최근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폭락과 폭등이 하루 사이에 일어나는 등 전반적인 자산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대차대조표가 부풀려진 상태에서 자산가격 폭락은 과거와 달리 가계에 그대로 전달되고 부채 부담이 가중되어 대차대조표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실질적인 경제활동은 도외시한 채 그 성과만을 향유하기 위해 로또 청약과 같은 ‘소유하기’에 집중하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라 할 것이다.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