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 사저 뒤늦은 혼란
상속세 못내 일반에 매각
공공매입 등 변경은 난항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생전에 거주했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가 세금 문제로 일반에 매각된 가운데 정치권 인사들이 ‘공공 매입’ 등을 주장하며 논쟁에 가세하고 있다. 새로운미래 등은 민주당의 무관심을 지적하며 적통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해당 건물을 상속받았던 김홍걸 전 의원은 정치권이 뒤늦게 경쟁적으로 관심을 보인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홍걸 전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동교동 사저와 관련한 정치권의 논란과 관련해 “지금까지도 아무 말씀이 없다가… 뭐가 해결책이 나올 수가 있는 건지 좀 어리둥절할 뿐”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못 하는데 정치인들이 얘기를 한다고 그래서 과연 될 것인가. 또 지금 이슈가 핫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데 그 이슈가 조금 식어지면 또 썰물처럼 관심이 쫙 빠져나가고 흐지부지된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에 따르면 이희호 여사가 사망한 후 동교동 사저를 상속받은 김 전 의원은 17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5년 분할납부 계획을 세웠고, 서울시가 매입해 문화재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2002년 재건축 등으로 기준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의원측이 4년 전 서울시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는데 거부 당하면서 공공매입도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이번에 사저를 매입한 분들이 건물을 새 단장해서 기념관으로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공공 차원에서의 기념관이 만들어지시기를 바라셨던 게 부모님들의 생각이셨는데 최선의 결과는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차선의 결과는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게 여러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최악의 결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교동 사저가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민간이 운영하는 공공성격의 기념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최근 민주당 안팎의 모금 혹은 공공매입 주장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사정을 다 알면서) 전화 한 통 없었다”면서 “이슈가 핫 하니까 얘기를 하는데 식어지면 관심이 빠져나가는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사저 출연 등으로 재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동교동 사저가 지역구(서울 마포을)인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저 매각에 각계의 걱정이 크다. 해법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다”며 “사저를 문화 역사 공공 공간으로 조성하자”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김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기리는 뜻에서 지난 2016년 사저 앞에 조성된 평화공원 사례를 언급, “국비와 서울시비를 투입해 공공 공원으로 조성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미래 전병헌 대표는 “사저의 국가 문화유산 지정을 다시 한번 공식 요청한다”며 “이미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도 협력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170석의 거대 의석의 정당에서 겨우 4명이 모여 이야기한 것인데, 이재명 전 대표 방탄엔 전 당력을 쏟는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며 민주당이 동교동 사저와 관련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